"이게 10억짜리라고?"…소래포구 '새우타워' 본 주민들 반응 [현장+]

10억 들여 세운 새우타워 12일 첫선…주민들 실망감
'예산 180억' 어시장 현대화 사업에도…관광객 "안 간다"
인천 남동구 "문제점 인식…개선방안 찾을 것"
사진=연합뉴스
"새우타워 직접 보니까 예산 절반은 떼어먹은 것 같네요. 세금 낭비 아닌가요."
"현대화 사업 한다고 관광객 오겠어요? 주민들도 바가지 이미지 때문에 안 가는데…"
인천 남동구가 소래포구를 수도권의 대표적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며 총 2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온 사업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현장 반응은 반신반의 분위기였다.

소래포구의 '랜드마크'로 삼겠다며 지난 12일 개장한 '새우타워'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1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야심차게 첫 선을 보였지만 명물이 될 것이란 기대감 한편으론 흉물 같다는 부정적 반응도 잇따랐다.과자 '새우깡'을 연상시키는 모습과 초라한 형태 때문에 논란이 일었음에도 인천 남동구는 새로운 관광자원을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공사를 강행했다. 다음 단계는 훨씬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 어시장 화재를 계기로 소래포구를 관광명소로 새롭게 조성하고, 상인들의 영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총 181억원을 들여 '현대화' 사업한 어시장도 다음달 중하순 개장 예정이다.

그러나 벌써 두 사업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새우타워 개장 당일인 12일 저녁 기자가 직접 찾아 만난 주민 대다수는 새우타워를 보고 "여기에 10억원을 들인 거냐", "동네 (수준의) 상징물로 전락할 것 같다"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어시장 현대화 사업에 대해서도 바가지 요금, 불법 호객행위, 비위생적 식품 취급, 불친절 태도 등의 문제로 고착화된 이미지 때문인데 단순한 외적 변화로 떠난 관광객이 다시 찾아오겠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오후 7시 <한경닷컴> 취재진이 찾은 인천시 남동구 새우타워의 모습.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새우타워의 모습에 주민들 사이에서 "이 조형물에 10억을 들인 것이냐", "동네 상징물로 전락할 것 같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영상=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10억원 새우타워에…주민들 "세금 낭비" "동네 조형물" 실망감 토로

지난 12일 오후 7시경 소래포구를 방문했지만 이날 개장한 새우타워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도로변 몇 바퀴를 돌아보아도 보이지 않던 새우타워는 결국 도보 15분 거리에 떨어진 주차장에 내려 공원 안쪽으로 한참을 들어서자 형태를 드러냈다.

새우타워 높이(21m)가 일반 상가보다도 낮아 눈에 띄지 않는 게 패착이었다. 야간에만 켜진다는 LED 조명도 건전지가 거의 닳은 등처럼 흐릿해 두드러지지 않았다. 주변에 환한 빛을 뿜어내는 고층 아파트 단지들이 즐비한 것도 새우타워의 존재감이 약해보이는 요인 중 하나였다. 이렇다 보니 산책을 나온 주민들조차 새우타워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나치는 모습이었다. 조형물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이들은 자녀와 함께 있는 부모 몇 정도였다.생각보다 초라한 조형물 모습에 실망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새우타워 개장 뉴스를 보고 일부러 찾아왔다는 인천시민 김모씨(60)는 "대부도를 통해서 왔는데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한참을 들어와, 그것도 가까이 와야 보인다"며 "조명이라도 화려하게 하든지 해야 하는데…"고 말했다.
12일 오후 7시 <한경닷컴> 취재진이 찾은 인천시 남동구 새우타워의 모습. 산책을 나온 주민들이 새우타워에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나치고 있다. 영상=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인근 남동구 논현동 주민 오모씨(50)도 "크기가 너무 작은 것 같다. 공간이 좁다 보니 시민이 편하게 올라갈 공간도 안 나온다"고 했다. 새우타워는 아파트 5~7층 높이인 21m에 불과하다. 너비도 8.4m로 좁은 편이다. 3층에 위치한 전망대는 10명이 들어가기도 버거워 보였다.

오씨는 짧은 운영 시간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오늘 개장이라 해서 나왔는데, 이미 문을 닫았더라. 사람들이 저녁 먹고 오후 9시까지는 나오는데 운영 시간이 너무 짧다"면서 "주변 사람이라도 한 번 올라가면 그게 입소문, 홍보도 되는 것인데 참…"이라며 아쉬워했다.새우타워의 문에는 평일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주말 및 공휴일엔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는 안내문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주변 인프라도 아쉬웠다. 새우타워 주변에는 화장실은 물론 편의점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조형물 바로 옆에 카페가 하나 있었지만 그마저 5명가량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전부였다. 이렇다 보니 논현동 주민 김모씨(51)는 "시설과 인프라는 아쉬운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물에 상당수 주민은 세금이 아깝다는 목소리도 냈다. 새우타워가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선이 많았다. 논현동 주민 문모씨(61)는 "이미 있는 땅에 조형물 올린 건데 10억원은 너무 많이 들인 것 같다"면서 "상식적으로 이걸 보러 관광객이 올 것 같지는 않다. 그냥 동네 공원 조형물 정도"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의 반응은 더 사실적이었다. 타워를 둘러보던 여중생 2명은 "차라리 미끄럼틀 수영장을 만들지. 이게 뭐야, 쓸모도 없고"라면서 지나쳤다. 이후 새우타워 주변으로 몰려든 남고생 무리도 "이게 10억이라고?"라고 했다.

실제로 이날 새우타워 준공식에서는 주변 아파트 상인들이 "서민 죽이는 역행행정! 숨이 턱턱 막히고 허리띠 졸라 내는 혈세인데 툭하면 10억. 서민은 피눈물 내며 굶어 죽는데 새우타워?"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남동구 관계자는 "10억원이 큰 돈이기는 하나 불필요한 예산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미 만들어진 조형물이기에 형태 변화는 불가능하다. 민원에 따라 운영 시간 변경 등에 대해서는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7시 <한경닷컴> 취재진이 찾은 인천시 남동구 어시장 현대화 사업 공사장의 모습. 토지매입비 등 투입 예산만 181억원에 달하는 어시장 현대화 사업은 다음 달 개장 예정이다. 영상=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180억 어시장 현대화 사업에도…관광객 "방문 계획 없다"

다음달 개장을 앞둔 어시장 현대화 사업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친구를 만나러 소래포구에 들렸다는 경기 시흥시 거주 홍모씨(51)는 현대화 사업 이후 어시장을 방문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장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바가지요금이나 비위생적 식품 취급, 불친절한 태도 등으로 쌓인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가족들과 함께 소래포구를 수차례 방문했다는 홍씨는 "이곳에서 바가지를 당한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 꽃게를 사 갔는데 안이 다 비어있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산지라서 믿고 사 가는 것인데 물건이 너무 안 좋으니 중국제를 속여서 판다는 소문도 자자했다. 이후 소래포구에 오더라도 어시장을 방문하지는 않았다"고 귀띔했다.

주민들도 비슷한 반응을 내놨다. 논현동 주민 오씨는 "주민조차 어시장을 부정적으로 본다. 손님을 속이는데 어떤 장사에 사람이 모이겠냐"고 했다. 같은 동 주민 문씨도 "외관이 문제가 아니라 상인들 태도를 바꿨어야 했다"면서 "이제 여기까지 누가 오겠냐"고 말했다.
12일 오후 7시 <한경닷컴> 취재진이 찾은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상권의 모습. (왼쪽) 횟집 등에는 손님이 적었지만 (오른쪽) 포차, 치킨집들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사진=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실제로 이날 찾은 어시장 상권은 비교적 썰렁한 모습이었다. 몇몇 상인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호객행위를 하기도 했지만 손님이 한 명도 없는 점포가 수두룩했다. 이미 문 닫은 곳도 허다했다.

반면 오징어튀김, 새우튀김 등 비교적 저렴한 안주를 판매하는 포장마차나 치킨 가게에는 사람이 많았다. 친구와 만나러 소래포구를 방문한 인근 거주 추모씨(28)는 "여기서 호되게 바가지 당한 적이 있다. 이후 바닷가에서 회를 먹는 것을 꺼리게 됐다"며 "가끔 오면 튀김류만 간단히 먹는다. 회는 소래포구가 아니라 맛과 가격이 좋은 횟집을 찾아 사 먹는다"고 했다.남동구 관계자는 "그동안 소래포구가 문제로 지적받은 점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현대화 사업장 건물 2층에 관리실을 만들고 직원들을 파견해 상주시킬 예정이다. 이들이 현장에서 상거래 질서 위반 행위를 직접 단속하도록 해 보다 근본적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