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셜 네트워크'로 본 SNS의 경제효과

시네마노믹스

1000弗 프로젝트로 시작한
'하버드 천재의 SNS혁명'

그도 몰랐다…'좋아요'가 부른
거대한 네트워크 효과

"나한테 페이스북 해줘"
하버드생 '배타적 커뮤니티'로 시작
실리콘밸리 진출하며 폭발적 성장
개방성 전략으로 바꾸며 전세계 진출
노트북 앞에 앉은 마크 저커버그(제시 아이젠버그 분). 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에 대한 악담을 블로그에 퍼붓는다. “얼굴은 참 예뻤지. 걜 잊으려면 몰두할 게 필요해.” 그런 마크의 눈에 들어온 건 컴퓨터에 떠 있는 ‘커클랜드 페이스 북’. 마크가 있는 커클랜드 기숙사 학생들의 사진첩이다. 술에 취한 룸메이트가 이들의 사진을 비교하는 웹사이트를 개설하자고 제안한다. 마크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굿 아이디어!”

‘배타성’으로 시작한 페이스북

마크는 하버드대의 모든 기숙사 사진첩을 해킹한다. 친구 왈도 새브린(앤드루 가필드 분)의 도움으로 순위를 매기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하버드대 여학생들의 얼굴을 비교하는 사이트 ‘페이스매시’를 개설한다. 마크가 두세 명에게 보낸 웹사이트 링크는 입소문을 타고 순식간에 보스턴 일대 대학생 사이에 퍼진다. 갑자기 너무 많은 트래픽이 몰려 하버드대 서버가 오전 4시에 다운될 지경에 이른다.

결과는 세계 최고 대학으로 불리는 곳에서 6개월 유기정학 처분.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점에 모든 여학생의 기피 인물로 낙인찍히기까지 한다. 이 소식을 접한 윙클보스 형제(아미 해머 분)는 자신들이 개설하려는 하버드대생만의 배타적인 온라인 커뮤니티 ‘하버드 커넥션’의 프로그래머로 영입하려고 한다. “그럼 ‘마이스페이스’ 같은 다른 SNS와는 뭐가 다른데?” 마크의 질문에 윙클보스 형제는 이렇게 대답한다. “하버드대 이메일 계정.”

마크는 ‘배타성’이라는 이 아이디어에 착안해 새로운 SNS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페이스매시에 사람들이 몰린 건 여자들 사진이어서가 아냐. 자기들이 아는 여자 사진이라서지.” 마크는 왈도에게 이렇게 말한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를 수락한 왈도에게서 1000달러(약 110만원)를 투자받아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세계 최대 SNS 페이스북의 탄생이다.

SNS의 네트워크 효과

“나한테 페이스북 해줘.” 이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로 ‘대박’을 터뜨린다. 애초 페이스북은 하버드대생만을 위한 SNS로 시작했다. 하지만 우연히 만난 전 여자친구가 페이스북을 모른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 마크는 인근 대학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로 결심한다. “실리콘밸리에 우리 실력을 보여줘야지.”

캘리포니아 진출은 페이스북 성장의 이정표가 된다. 명문대생이 푹 빠진 SNS에 관한 이야기는 세계 최초 개인 간(P2P)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냅스터를 창업한 숀 파커(저스틴 팀버레이크 분)의 귀에도 들어간다. 숀은 마크와 왈도를 만나 어떤 전략을 쓰냐고 묻는다. “공략하려는 학교에 이미 SNS가 있으면 근방의 학교 리스트를 먼저 공략해요.” 이미 공략한 학교는 29개에 가입자만 7만5000명. “친구들이 쓰면 다 따라가죠.”

이런 페이스북의 전략은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네트워크 효과는 재화의 수요가 늘어나면 이용자가 재화에 대해 느끼는 가치도 함께 변하는 효과를 말한다. 경제학에서는 각각의 경제주체는 만족도, 생산량, 이익 등 스스로의 목표를 극대화하고자 경제행위를 한다고 본다. 그런데 한 사람의 경제행위는 종종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를 ‘외부 효과’라고 한다. 네트워크 효과는 글자 그대로 네트워크에서 유발되는 외부 효과다.
마크와 왈도는 페이스매시를 개설했을 때처럼 페이스북도 몇 명에게 링크를 보내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대학생활을 온라인에 그대로 옮겨놓는 것”이라는 마크의 설명처럼 친구들이 더 많이 페이스북에 가입할수록 가입자들이 느끼는 만족도는 올라간다. 가입자 만족도가 올라가면 <그래프> 예시처럼 사회적 가치 곡선이 수요곡선보다 위에 놓이게 된다. 이때 수요곡선은 기존에 페이스북 가입자가 느끼는 가치로 볼 수 있다. 자연스레 기존에 형성된 균형점도 오른쪽으로 이동해 최적 균형점으로 이동한다. 이런 긍정적 네트워크 효과는 ‘밴드왜건 효과’라고 한다.

배타성에서 개방성으로

“100만달러보다 더 멋진 게 뭐게? 10억달러야.” 이 말 한마디에 마크는 숀에게 홀딱 빠진다. 광고를 유치해 수익을 내야 한다는 왈도의 제안은 무시한 채 마크는 숀의 제안대로 캘리포니아로 사업 중심을 옮긴다. “여름까지 100개 학교를 공략한다고? 난 2개 대륙을 공략할게.” 숀의 이 말은 현실이 된다. 페이스북은 순식간에 영국 등 해외 주요 학교로까지 발을 뻗친다.초창기 페이스북이 다른 SNS와 가장 차별화된 점은 아무나 가입하지 못하는 배타성이었다. 마크의 첫 사업 제안을 들은 왈도도 “사회 구조가 가장 중요한 세상에서 배타성이 열쇠”라고 한다. 하지만 하버드대에서 인근 명문대로, 미국 대학들로, 세계 주요 대학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나가며 페이스북은 점차 배타성에서 개방성 중심 전략으로 나아가게 된다. 윙클보스 형제가 내놓은 하버드대생만의 배타적인 SNS인 하버드커넥션은 여러 주요 대학에서 수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페이스북을 이길 수 없었다. 페이스북을 버리고 하버드커넥션을 사용할 유인이 없어서다. 소비자가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비슷한 서비스로의 수요 이전이 어렵게 되는 현상을 ‘자물쇠 효과’라고 한다.

사업은 성공했지만…

뉴욕에서 홀로 광고를 유치하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니다 캘리포니아로 온 왈도는 마크가 CFO인 자신은 듣지도 못한,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마크는 한술 더 떠 왈도에게 숀과 자신의 방향을 따르지 않으면 함께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영향력이 줄어드는 걸 걱정한 왈도는 지금껏 자신의 사비로 충당하던 회사의 자산을 동결시켜 버린다. 페이스북 공동 창립자이자 자신의 돈 1000달러로 회사 운영을 시작한 왈도는 가입자 100만 명을 넘어선 날 페이스북에서 사실상 쫓겨난다.

전세계 수억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의 창립 과정을 그린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마크와 왈도의 결별을 통해 SNS의 양면성을 은연중에 내비친다. 세계 최대 SNS의 창립자로 인류의 소통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에도 자신은 오히려 하나뿐인 친구를 잃은 마크. 온라인에서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과 피상적인 네트워크에 집착하다가 오히려 진정한 인간관계를 만들지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약간의 적을 만들지 않고는 5억 명의 친구를 얻지 못한다”는 문구가 새겨진 영화 포스터처럼 말이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