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의원 "北, 바이든정부와 핵군축 협상 시도할 것"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

핵보유 인정 받는 전략 세워
김여정, 7월 美에 사실상 제안
韓 '先비핵화·後교류' 지켜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사진)은 13일 “북한이 앞으로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를 대상으로 핵군축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며 “선(先)비핵화 후(後)남북교류 확대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북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이 핵군축 협상을 통해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는 전략을 세웠다는 의미다.

태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북한은 이미 넉 달 전부터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핵군축 협상을 미국 측에 제안했다”며 이같이 밝혔다.태 의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지난 7월 10일 담화가 이런 군축 협상의 의도를 미국 측에 알린 첫 제안이었다고 분석했다. 김여정은 당시 “미국은 우리의 핵을 빼앗는 데 머리를 굴리지 말고 우리의 핵이 자기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더 쉽고 유익할 것”이라고 했다. 태 의원은 “기존의 핵시설 검증 및 파기를 요구하는 비핵화라는 어려운 길 대신 핵군축이라는 쉽고 유익한 길로 가자는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핵군축 협상은 북한이 가진 핵은 그대로 두고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대, 잠수함 등 핵 이동수단 감축 협상으로 변질할 수 있다는 게 태 의원의 우려다. 그는 “바이든 당선인이 상원 외교위원장으로서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의 전략무기 감축 협상(SALT)에 정통한 것을 간파한 북이 이와 비슷한 협상 방식을 미국에 제안한 것”이라고 했다.

태 의원은 “그동안 북의 외교전략으로 볼 때 김여정은 7월 담화 당시 이미 바이든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고 강조했다. 김여정은 당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도 상대해야 하고 그 이후 미국 정권, 나아가 미국 전체를 대상해야 한다”고 했었다.바이든 당선인이 대선 토론 과정에서 김정은에 대해 수차례 ‘불량배(thug)’라고 비판했지만 북한이 공식 반응을 하지 않는 이유도 미국 측 반응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태 의원은 설명했다.

그는 “과거 북한은 미국 대선 과정에서 김정은에 대한 비난이 나오면 즉각 공격했다”며 “이번 침묵은 대단히 이례적이며 김정은 본인이 직접 결정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