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주말 집회 강행…野 "정부, 내로남불 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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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곳서 100명 미만 '쪼개기 집회'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200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진보단체가 14일 전국에서 집회를 강행하기로 하면서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100명 미만 집회”라며 사실상 옹호 입장을 밝혔다. 야당은 “방역도 내로남불”이라고 맹비판했다.
野 "코로나 확산 땐 '살인자' 될 것"
노영민 "서울 전역 분산…문제 없다"
與 "집회 자제를" 불똥 차단 나서
1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진보단체 집회를 두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야당 의원들이 거친 설전을 벌였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이 “집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노 실장은 “100명 미만으로 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서울 전역에 걸쳐 분산돼 (집회가 예정돼) 있다”고 했다. 정 의원이 “주최 측이 10만 명 집회를 공언하는 상황에서 모이지 않으리라고 확신하느냐”고 하자 노 실장은 “집회 조건을 어긴 단체에 대해서는 추후에 집회 허가가 나지 않는다는 걸 주최자들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나중에 뒷감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집회로) 코로나가 확산하면 그 부분은 노 실장 말씀대로 살인자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실장은 지난 4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보수단체가 주도한 8·15 광복절 집회와 관련, “집회 주동자들은 다 살인자”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노 실장의 살인자 발언을 계속 언급하며 “국민을 향해 살인자라고 말했다”고 몰아붙였다. 노 실장은 “가짜뉴스가 어디서 나오나 했더니 여기서(국회에서) 나온다”며 “국민에게 살인자라고 하지 않았다. 속기록을 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인 김태년 운영위원장까지 나서서 “실장님, 그렇다고 그렇게 반응을 보이면 어떡하냐”며 노 실장을 말렸다.
민주당 지도부는 주최 측에 “집회를 자제하라”고 일제히 요구했다. 불똥이 여당으로 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민주노총이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집회하겠다고 했지만 국민 걱정은 여전히 크다”며 “국민 걱정을 존중해 대규모 집회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민주노총 등 진보단체는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전국 13개 지역에서 100명 미만 규모로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100명 이상 집회를 금지한 현행 규정을 악용해 ‘쪼개기’로 신고한 것이다. 서울에서만 여의도공원 등 30개 장소에서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집회 주최 측에서는 그러나 10만 명이 모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수단체의 광화문·개천절 집회에는 엄격하게 대처한 정부가 진보단체 집회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미현/김남영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