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도부 중대재해법에 갈팡질팡할 때…이재명 "반드시 도입해야"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가 13일 전태일 열사 묘역을 찾아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징벌배상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해당 법안 처리 방향을 두고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지사가 나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 지사는 이날 전태일 열사 50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대한민국에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노동현장에서 죽어가고 있고 최악의 산재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유는 우리 모두가 약속했던 현장의 규칙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중대재해법과 고의적 불법행위에 대한 징벌배상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규칙을 지키는 것이 손해가 되지 않는 합리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이 열사의 뜻을 이어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친 열사의 말처럼 노동자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나 기계의 부품이 아니라 모든 인간 활동의 목표인 인간 그 자체다. 그럼에도 택배노동자들 처럼 새로운 유형의 노동자들이 살기 위해 죽어가고 있는 역설이 현실이다. 이 현실을 반드시 이겨 내겠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는 뜻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중대재해법 관련 처리 방향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신설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중 어떤 방향을 선택할지를 두고 오락가락하는 모양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국회에 발의돼있는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취지 자체가 존중돼야 하고 어떻게든 반영돼야 한다"면서도 당론 채택 여부에 대해서는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여러 가지 검토를 하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민주당 내 경제통 의원들은 올 초 시행된 산안법 개정을 통해 안전사고에 대한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이 새롭게 만들어져도 산안법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출신인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중대재해법의 처벌 조항 등에 우려의 뜻을 표했다고 전해졌다.다만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당이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공개 비판도 나왔다.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 출신인 박홍배 최고위원은 "최근 중대재해법과 노조법 개정에 관한 우리 당의 입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고통 받는 노동자들을 외면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