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글로벌 M&A 도전장 내는 韓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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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매달 진행된 주요 인수합병(M&A) 딜을 점검해 보는 <딜 리뷰> 코너를 신설합니다. 한 달에 두 차례씩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에 나온 주요 딜의 동향을 정리해 뉴스레터로 전달해 드립니다. 최근 진행되는 딜의 내용이나 시장의 소문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마켓인사이트부 M&A팀장을 맡고 있는 이상은 기자(selee@hankyung.com)에게 메일을 주시면 공개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올 상반기 M&A 시장은 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매물이 나와도 적정 밸류에이션을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자금사정이 어려워진 기업은 자금사정이 어려워서, 자금사정이 괜찮은 기업도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큰 딜을 하지 않고 몸을 사렸죠. 그래서 올 상반기에는 국내에서 1조원 이상의 딜이 KB금융그룹의 푸르덴셜생명 인수 정도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10~11월 들어 그간 밀렸던 M&A 수요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형 아웃바운드 크로스보더 딜이 많습니다.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한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거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M&A를 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딜은 단연코 국내 역사상 최대 규모인 SK하이닉스의 인텔 메모리사업부 인수(10월말)였습니다. 인텔과 하이닉스, 키옥시아(옛 도시바)까지 3개의 메모리 사업부를 관리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삼성전자와 중국계 반도체기업, 그리고 SK하이닉스가 세계 메모리 시장을 나눠 가질 것이라는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의 '천하 삼분지계'가 들어있다는 후문입니다. 인텔 야심작 옵테인사업부도 3조원에 테이블에 올라왔는데 SK하이닉스가 그건 안 샀다더군요.
이어 11월 초에는 현대자동차가 소프트뱅크그룹이 매각하려고 하는 보스턴다이내믹스(BD)를 인수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외신을 통해 나왔습니다. 진지하냐고요. 글로벌 IB 골드만삭스를 선임하여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로 미루어 볼 때 '충분히' 진지합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작년 "미래에는 자동차가 50%, 30%는 개인비행체(PAV),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로보틱스'가 BD로부터 시작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삼양그룹이 미국 식품첨가물회사 에메랄드칼라마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도 국내 기업의 투자 범위가 그만큼 커진 것을 보여주는 한 대목이었습니다.
지금 국내에는 적지 않은 딜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외부에 알려진 딜은 많지 않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구조조정 성격의 딜은 아무래도 공개경쟁 입찰 방식이 많아서 진행 상황이 비교적 소상히 알려지는 편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은 이달 하반기 중에 본입찰이 실시됩니다. 현대중공업-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유력한 후보로 부각되었으나 유진기업, GS건설 등이 잇달아 도전장을 냈고 MBK파트너스 등이 넉넉한 실탄을 가지고 참여할 예정이어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한진중공업 매각전에도 KDB인베스트먼트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대선조선과 STX조선도 최근 각각 주인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유료방송 4위 사업자 딜라이브 매각전은 아직 혼전 양상입니다. 예비입찰에는 KT만 들어왔다는 보도가 많았습니다만 저희 취재에 따르면 통신 3사가 저마다 딜라이브 측을 접촉하며 눈치게임을 벌이고 있습니다.
금융 분야에서는 JT저축은행이 뱅커스트릿PE와 VI금융투자에 팔릴 예정인데, 일본계 자금이 주도하던 저축은행과 대부업 시장에 중국계 자금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뉴스였습니다. 금융감독 당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키다리스튜디오가 웹툰시장의 기린아 '레진코믹스'를 인수한다는 마켓인사이트 김채연 기자의 보도도 세간의 화제였습니다. 또 새마을금고 컨소시엄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효성그룹이 금산분리 문제로 매각하게 된 효성캐피탈을 사기로 계약했습니다. 지배구조 전환 과정에서 일어나는 M&A도 최근 이 시장의 큰 축입니다. 경영권 매각 딜 외에도 굵직한 지분투자 관련 소식도 많았습니다. 현대중공업지주의 100% 자회사 현대글로벌서비스가 KKR로부터 수천억원 투자유치를 받기 위해 협상 중입니다. 카카오뱅크는 7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하는데 그 중 2500억원을 글로벌 사모펀드 TPG에서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CJ올리브영도 프리IPO 투자를 받고 있는데, IMM 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FI들에 이어 현대백화점이 뛰어들었다는 소식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이주 초에는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추진됩니다.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 회의를 거쳐 한진칼 이사회가 끝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쩌면 이 뉴스레터를 보실 시간엔 이미 발표가 되어 있을 수도 있겠네요.) 한진칼이나 대한항공에 돈이 어디 있느냐고들 하는데,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돈을 대줄 예정입니다. 30년 넘게 꾸려 온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경쟁 체제가 순차적으로 막을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KCGI 등 3자연합과의 법적 다툼이 필연적입니다.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당했다는 게 KCGI 측 논리인데 과거 대법원 판례 등을 보면 그 주장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정부 결정이 정당한가에 관해 향후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합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올 상반기 M&A 시장은 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매물이 나와도 적정 밸류에이션을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자금사정이 어려워진 기업은 자금사정이 어려워서, 자금사정이 괜찮은 기업도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큰 딜을 하지 않고 몸을 사렸죠. 그래서 올 상반기에는 국내에서 1조원 이상의 딜이 KB금융그룹의 푸르덴셜생명 인수 정도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10~11월 들어 그간 밀렸던 M&A 수요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형 아웃바운드 크로스보더 딜이 많습니다.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한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거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M&A를 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딜은 단연코 국내 역사상 최대 규모인 SK하이닉스의 인텔 메모리사업부 인수(10월말)였습니다. 인텔과 하이닉스, 키옥시아(옛 도시바)까지 3개의 메모리 사업부를 관리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삼성전자와 중국계 반도체기업, 그리고 SK하이닉스가 세계 메모리 시장을 나눠 가질 것이라는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의 '천하 삼분지계'가 들어있다는 후문입니다. 인텔 야심작 옵테인사업부도 3조원에 테이블에 올라왔는데 SK하이닉스가 그건 안 샀다더군요.
이어 11월 초에는 현대자동차가 소프트뱅크그룹이 매각하려고 하는 보스턴다이내믹스(BD)를 인수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외신을 통해 나왔습니다. 진지하냐고요. 글로벌 IB 골드만삭스를 선임하여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로 미루어 볼 때 '충분히' 진지합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작년 "미래에는 자동차가 50%, 30%는 개인비행체(PAV),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로보틱스'가 BD로부터 시작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삼양그룹이 미국 식품첨가물회사 에메랄드칼라마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도 국내 기업의 투자 범위가 그만큼 커진 것을 보여주는 한 대목이었습니다.
지금 국내에는 적지 않은 딜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외부에 알려진 딜은 많지 않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구조조정 성격의 딜은 아무래도 공개경쟁 입찰 방식이 많아서 진행 상황이 비교적 소상히 알려지는 편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은 이달 하반기 중에 본입찰이 실시됩니다. 현대중공업-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유력한 후보로 부각되었으나 유진기업, GS건설 등이 잇달아 도전장을 냈고 MBK파트너스 등이 넉넉한 실탄을 가지고 참여할 예정이어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한진중공업 매각전에도 KDB인베스트먼트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대선조선과 STX조선도 최근 각각 주인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유료방송 4위 사업자 딜라이브 매각전은 아직 혼전 양상입니다. 예비입찰에는 KT만 들어왔다는 보도가 많았습니다만 저희 취재에 따르면 통신 3사가 저마다 딜라이브 측을 접촉하며 눈치게임을 벌이고 있습니다.
금융 분야에서는 JT저축은행이 뱅커스트릿PE와 VI금융투자에 팔릴 예정인데, 일본계 자금이 주도하던 저축은행과 대부업 시장에 중국계 자금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뉴스였습니다. 금융감독 당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키다리스튜디오가 웹툰시장의 기린아 '레진코믹스'를 인수한다는 마켓인사이트 김채연 기자의 보도도 세간의 화제였습니다. 또 새마을금고 컨소시엄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효성그룹이 금산분리 문제로 매각하게 된 효성캐피탈을 사기로 계약했습니다. 지배구조 전환 과정에서 일어나는 M&A도 최근 이 시장의 큰 축입니다. 경영권 매각 딜 외에도 굵직한 지분투자 관련 소식도 많았습니다. 현대중공업지주의 100% 자회사 현대글로벌서비스가 KKR로부터 수천억원 투자유치를 받기 위해 협상 중입니다. 카카오뱅크는 7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하는데 그 중 2500억원을 글로벌 사모펀드 TPG에서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CJ올리브영도 프리IPO 투자를 받고 있는데, IMM 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FI들에 이어 현대백화점이 뛰어들었다는 소식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이주 초에는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추진됩니다.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 회의를 거쳐 한진칼 이사회가 끝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쩌면 이 뉴스레터를 보실 시간엔 이미 발표가 되어 있을 수도 있겠네요.) 한진칼이나 대한항공에 돈이 어디 있느냐고들 하는데,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돈을 대줄 예정입니다. 30년 넘게 꾸려 온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경쟁 체제가 순차적으로 막을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KCGI 등 3자연합과의 법적 다툼이 필연적입니다.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당했다는 게 KCGI 측 논리인데 과거 대법원 판례 등을 보면 그 주장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정부 결정이 정당한가에 관해 향후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합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