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싸게 내놔도 전세가 안 나가요"…과천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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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전셋값, 3주 연속 하락"집주인들이 호가를 몇억씩 내리는데도 세입자 찾기가 만만치 않네요“(과천 원문동 W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원문동 래미안슈르, 5개월새 3억~4억 내려
과천 지정타 청약 마무리…입주물량까지 겹쳐
지난해 수도권 지역에서 폭등세가 가장 거셌던 과천 아파트 전세가격이 급격히 내리고 있다. 전세 호가가 최대 3억~4억원 하락했다. 지식정보타운 분양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청약 대기 수요가 준 데다가 입주물량까지 늘어난 탓이다.14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과천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주 0.12%(9일 기준) 내렸다. 과천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 셋째주 보합을 기록한 후 3주 연속 마이너스 변동률을 나타내는 중이다. 수도권 전역이 전세 품귀 현상에 값이 급등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몇 달새 가격이 최대 4억원 하락한 단지까지 나왔다. 원문동의 래미안슈르(전용 84m²)은 지난 6월 10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지만 이달엔 6억5000만~8억원에 새 세입자를 맞았다.
호가 3억~4억원 떨어져도…거래 '뚝'
인근 별양동 일대 아파트들 역시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8000만~1억원 넘게 내렸다. 주공4단지 전용 59㎡는 이달 3억7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 7월 4억8000만원에 계약이 성사된 것과 비교하면 1억원 넘게 떨어졌다. 주공5단지 역시 전세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전용 124㎡ 아파트는 지난 6월까지만 해도 8억원 선에 보증금을 받았지만 지난달 들어서는 6억원 초반대에서도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이 지역 Y공인 대표는 "지난해 보다는 물량에 여유가 생겼다”며 “구축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가 내려가는 추세"라고 전했다.전셋값이 떨어진 까닭은 거래가 급격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과천에는 '로또'라고 불렸던 지식정보타운 아파트 분양을 노리고 전입한 세입자들이 많았다. 최근 이 곳의 분양이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청약 수요자들이 과천 전세시장을 빠져나간 수요가 일부 있다.
청약 의무거주 기간이 2년으로 늘어난 것도 이유다. 지난해 과천에 전입했던 예비 청약자들이 높은 전셋가와 상대적 박탈감을 감당하지 못하고 이주를 계획하는 경우도 늘었다. 과천은 올해 상반기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의 시행으로 청약 의무거주기간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과천으로 들어온 전입자들이 대거 ‘해당지역 1순위’ 청약 자격을 박탈당한 바 있다.
기존에는 과천에서 무주택자로 1년만 살면 해당지역 1순위 청약 자격을 얻을 수 있었지만 법 개정 이후 2년을 거주해야 가능한 것으로 바뀌어서다. 과천에 1년 11개월 정도 거주했다고 밝힌 한 세입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지정타를 바라보고 전세금 대출까지 받아 비싼 보증금을 내고 과천으로 들어왔는데 갑자기 당해 1순위 조건이 바뀌었다“며 ”신혼부부 특별공급이라도 노려보고자 소득 요건을 맞추기 위해 회사도 그만뒀는데 소득 조건이 완화되면서 경쟁률이 치솟은 걸 보니 좌절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57만명 몰린 과천 지정타 분양 마무리…입주물량만 3500가구 달해
최근 청약을 받은 지식정보타운 3개 단지에는 약 57만명이 몰려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특별공급에 9만1426명이 신청한 데 이어 1순위에서도 47만8390명이 접수했다. 특공과 1순위 접수에 56만9816명이 청약한 것이다.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이 단지는 의무거주 기간은 없지만 10년간 전매가 제한되고 중대형 단지는 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해 중도금 대출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시세차익으로 ‘인생 역전’이 가능한 로또 청약에 청약자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지정타에 남은 아파트는 대부분 신혼희망타운과 행복주택, 임대 등이다. 분양 아파트는 S8블록(659가구) 정도다.전셋값이 떨어진 또다른 이유는 신규 입주 물량의 영향도 있다. 올 연말에 과천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1317가구), 내년 1월에는 과천위버필드(2128가구) 등 과천 재건축 아파트들이 줄줄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들 아파트는 6·17 대책 이전에 분양해 중도금 대출을 받았어도 6개월 내 전입의무 규제를 받지 않는다.잔금 대출로 전환하지 않고 전세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려는 집주인들이 지난 9월부터 전세 매물을 내놓고 있다. 과천에선 지난해까지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한 가구도 없었지만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3000가구, 4000가구씩 물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원문동 B공인 관계자는 "분양이 마무리되면서 새로 유입되는 세입자들은 많지 않은데 기존 세입자들은 빠져나가니 전세가격이 내렸다"며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몇백 가구씩 전세 물량이 쏟아지니 구축 전세 수요는 드물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새 아파트 집주인들이 기존 집에서 계약갱신청구권으로 눌러 앉고 세입자를 받아 잔금을 치르고 있다"며 임대차법 영향이 미치고 있다고도 했다.
일각에서는 과천의 전셋값 하락이 일시적이라는 해석도 있다. 내년 11월께 3기 신도시 과천동 과천지구의 사전분양이 있어서다. 사전청약을 위해서는 지역 거주요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과천으로 이주하는 대기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다만 과천지구는 공공분양이다보니 일반분양분이 15%에 불과하고 대부분(85%) 특별공급 대상이어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