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공급이 답인가"…새 아파트 따라 움직이는 대장株

수요자들, 새 아파트 선호…입주 때마다 '들썩'
평택·안성시, 공급풍년에 골라잡아 '내 집 마련'
분양가 대비 수억원 웃돈에 "지역 집값 올린다" 지적도
SRT 지제역 일대에 새로 조성된 아파트 단지들. (사진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수도권에서 새 아파트들이 지역 대장 아파트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입지나 인프라에 따라 대장 아파트가 가려지다보니 변경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수요자들이 대단지 새 아파트들를 선호하는데다, 지역 내에 인프라가 새로 갖춰지면서 대장아파트 또한 추가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새 아파트들이 대거 들어서고 있는 경기도 도시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매물이 많고 수요도 많다보니 대장 아파트가 수시로 요동치고 있다. 이들 지역에는 전셋값 급등도 거의 없다보니 무주택 수요자들은 '대장주 고르기'에 나설 정도다. 공급이 부족해 시달리는 서울과 인접지역 경기도 도시에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평택, 안성, 오산, 안산시 등에서 대장주 자리바꾸기가 한창이다.

새 아파트 등장하면 '대장주'…공급풍년에 왕좌다툼 치열

경기도 평택시에서는 대장 아파트가 과거 경부고속도로 비전동 일대에서 고덕신도시와 SRT(수서고속철도) 지제역 일대로 이동하고 있다. 평택은 새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지역 내 선호도가 움직이고 있다. 고덕신도시 시범도시라고 할 수 있는 종덕초등학교 일대는 지난해부터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는 중이다. 고덕파라곤을 비롯해 고덕제일풍경채, 고덕자연앤자이, 신안인스빌시드니쳐 등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들 아파트의 전용 84㎡의 매매가는 대부분 6억원을 웃돌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신안인스빌시그니쳐(613가구)에서 지난달 7억원 매매가가 나왔다. 3억후반~4억원에 분양됐던 이 아파트는 웃돈이 3억원 붙게된 셈이다.

지제역 부근인 세교동 지제역더샵센트럴시티(전용 84㎡)는 이달들어 6억9300만원에 손바뀜이 나왔다. 1999가구의 이 단지는 지난 5월 준공된 단지다. 새 아파트다보니 분양권 형태로 거래됐는데, 7억원에 육박하는 거래가가 거래가가 나왔다. 세교동의 A공인중개사는 "평택은 새 아파트가 준공될 때마다 대장이 바뀌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동탄신도시에서 SRT 동탄역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10억원을 넘으면서 지제역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달 분양하는 '쌍용 더 플래티넘 프리미어'의 모델하우스. 오픈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사진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실제 동탄2신도시에서 동탄역 부근인 동탄역 더샵센트럴시티(874가구)는 지난달 전용 84㎡가 12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청계동 동탄역 시범우남퍼스트빌(1442가구)의 경우 지난달 11억3000만원으로 나놔있는 매물의 호가가 13억원에 달하는 것도 있다.

안성에서도 옥산동 아양택지지구와 공도읍 일대의 새 아파트들이 대장 아파트를 양분하고 있다. 전용 84㎡ 기준으로 안성아양시티프라디움은 지난 9월 3억4300만원에 거래되면서 지역 내 최고가를 기록했다. 공도읍 일대에서는 안성 공도우미린더퍼스트와 우방유쉘 등이 잇따라 3억원을 넘었다. 집값이 오르면서 신규 아파트도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다. 쌍용건설은 공도읍 승두리 일대에 '쌍용 더 플래티넘 프리미어'(1696가구)를 이달 공급한다.

"새 아파트들이 지역 집값 올린다" 지적도

공도읍 B공인중개사는 "아양지구는 기존의 안성시내와 가깝다보니 선호하지만, 젊은층들이나 평택에서 넘어오는 수요들은 가까운 공도를 더 좋게 본다"고 설명했다. 공도읍 일대에서는 최근 문을 연 안성 스타필드 효과도 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평택·안성 일대는 선호하는 취향에 따라 거주지를 골라갈 수 있고, 전세도 안정적으로 나오다보니 무주택도 유지하기 쉽다"며 "조정대상지역이지만 집값이 서울 부근에 비해 낮다보니 대출을 풀(full)로 받는 경우는 드물다"라고 강조했다. 한국감정원 주간아파트시세에 따르면 12일 기준으로 경기도 아파트값은 올해 평균 9.29% 상승했고, 전셋값은 7.45% 올랐다. 반면 평택의 아파트값은 5.08%, 안성은 0.65% 오르는데 그쳤다. 그나마 지난해 6~7%의 하락했던 점을 감안하면 원상복구도 안됐다는 게 현지의 목소리다. 그렇다보니 6·17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이 된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있다.

새 아파트들이 집값을 올리면서 지역 집값을 동반해서 끌어올린다는 지적도 있다. 안산시에서도 단원구 고잔동 안산레이크타운푸르지오(1569가구)가 독점하다시피했던 대장아파트 자리가 상록구 사동 그랑시티자이가 들어오면서 양분되고 있다. 전용 84㎡ 기준으로 7억원을 넘는 거래도 속속 나오고 있다. 안산레이크타운푸르지오는 지난달 7억7500만원에 거래되는 등 매매가가 8억원을 넘보고 있다. 올해초만해도 6억원 초반대였지만 대규모 새 아파트가 입주하면서 동반 상승했다.

상록구는 단원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편이었지만 새 아파트인 그랑시티자이 1차(3728가구), 2차(2872가구)가 잇따라 입주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입주와 동시에 가격이 가파르게 뛰어 2차의 분양권 매매가는 7억원을 넘었다. 안산의 올해 아파트값은 10.82%를 기록하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오산에서도 입주 아파트에 따라 대장아파트가 속속 변경되고 있다. 2018년 입주한 내삼미동 세교자이(1110가구)가 주도하는가 싶더니 작년에는 서동탄역 더샵파크시티(2400가구), 올해에는 오산대역더샵센트럴시티(596가구) 등이 차례로 지역 집값을 리딩하고 있다. 오산대역더샵센트럴시티의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달 5억9000만원대에 매매됐으며, 다른 새 아파트들도 5억원을 훌쩍 넘겨 거래되고 있다.

오산 아파트값은 올들어 13.39% 올랐고, 전셋값도 8.94% 상승했다. 지역내 미분양도 해소되면서 신규 분양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운암뜰 개발 호재 수혜지역인 원동 일대를 비롯해, 세교2지구 등에서 공급이 계획됐다. 원동 일대에서는 롯데건설이 2339가구의 ‘오산 롯데캐슬 스카이파크’를 분양할 예정이다.

평택·안성=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