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추락' 환율, 1100원선 진입…최저치 갈까[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원화 가치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원·달러 환율이 2년 5개월 만에 1100원 선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백신이 등장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가 원화 등 위험자산 선호도를 높인 결과다. 환차익 등을 노린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로 돌아온 영향도 작용했다. 일각에서는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저치인 1008원50전까지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7원90전 내린(원화 가치 강세) 1107원70전에 출발했다. 이후 낙폭을 줄여 1107~1108원을 오가고 있다. 이대로 마감하면 종가 기준으로 2018년 12월4일(1105원30전) 후 최저가를 기록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것은 물론 한국도 지난 13일(205명)과 14일(208명) 이틀 연속 200명대 확진자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이 보급 기대가 재확산 우려감을 덮으면서 원화 가치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 대선 직후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퍼진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4조283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날도 10시 현재 외국인 6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외국인이 유입되는 것은 코로나19 기대와, 환차익을 노린 심리가 작용했다. 여기에 수출 등 국내 주요지표가 나아진 것도 외국인이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11월 1∼10일 수출액(통관기준)은 141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1% 늘었다. 조업일수를 반영한 일평균 수출액은 12.1%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환율 최저치인 2014년 7월3일(1008원50전)까지 갈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도 있다. 당시 한국 성장률이 3.2%를 기록하는 등 빠른 성장 속도에 따라 원화가 강세를 나타냈다. 한국이 코로나19 회복 속도가 빨라 원화 가치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당국 개입 등은 환율 흐름의 변수로 꼽힌다. 금융시장 급변동을 억제하고 수출 기업 실적을 방어하기 위해 당국이 환율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사들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주 삼성전자가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도 원화 강세를 억제할 요인이다. 외국인이 삼성전자 배당금을 인출해 달러로 환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원화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많은 데다 11월 이후 외국인 주식 순매수가 유지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중간배당과 관련한 외국인 역송금 우려로 이번주 환율은 1104~1118원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