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최고 금리 20%로…"이자 부담 완화"vs"서민 대출 길 막혀 "

서울 명동 거리에 빼곡히 붙은 대출 광고. 한경DB
연 24%인 법정 최고금리가 내년 말부터 연 20%로 떨어진다. 최고금리 20%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대부업체 등에서 돈을 빌리는 저소득층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대부업에서조차 돈을 빌리기 어려워 불법 사금융을 이용해야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나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16일 당정협의에서 김태년 원내대표와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민들의 고금리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4%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대부업 등 금융권에 적용되는 법정 최고금리는 2002년 연 66%에서 2018년 연 24%까지 떨어졌으며 2년만에 다시 인하된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연 10~22.3%까지 낮춰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돼 왔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어려운 부작용 때문이다. 정부는 최고금리가 떨어지면 연 20%를 초과해서 대출을 얻는 차주 239만명(3월말 기준) 가운데 약 87%인 208만명의 이자부담이 해마다 483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연 20%를 넘게 이자를 줘야만 금융시장에 접근할 수 있었던 금융소비자들은 아예 대출 길이 막히게 된다. 연 20% 초과의 고금리 대출자 31만6000명(대출액 2조원)은 대출만기가 도래하는 3~4년에 걸쳐 민감 금융 이용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금융위의 예측이다. 금융위는 약 3만9000명(대출액 2300억원)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햇살론 등 저신용자 대상 정책서민금융상품 공급을 확대하고, 취약·연체차주에 대한 채무조정·신용회복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민간금융 이용이 어려워진 차주를 구제하기 위해 연간 2700억원 이상 정책서민금융 공급 확대하는 것도 대책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런 내용만으로 부작용이 줄어들지 의문이라는 게 금융권의 반응이다. 정부가 내놓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부작용 예상규모는 중요한 변수가 빠져있다. 코로나19 사태다. 정부의 추정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다. 경제가 위축되고 있는데도 금융권 연체율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착시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대출 원리금 납부를 내년 3월 이후로 연장해줬기 때문에 겉으로는 연체가 심각해 드러나지 않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의 파장이 더 커지면 정부가 현재 추산한 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금융위가 시행시기를 내년 하반기 이후로 미룬 배경이다. 부작용이 얼마나 커질 수 없으니 시행시기를 조절해 가면서 최적의 시점을 찾아보겠다는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해야 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 등을 감안해 내년 하반기기부터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피해를 보고 결정해도 될 일 같은데 대통령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중압감에 부작용이 얼마나 클지도 모르면서 법 부터 바꾸게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