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거래, 5년 새 43배 커졌다

2015년 138억…올핸 5941억
한국 시장 규모, EU 이어 2위
"탄소배출 줄지 않는다는 증거"
기업이 정해진 수준보다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할 경우 탄소배출권을 사들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지 못하면서 탄소배출권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탄소배출권 가격이 계속 뛰고 있어 배출권 거래 시장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된 탄소배출권은 1918만9249t으로 집계됐다. 거래액은 5941억8400만원에 달했다. 2015년 배출권 시장 개설 첫해에 거래된 탄소배출권은 124만2097t이었으며 금액으로는 138억9100만원이었다. 약 5년 사이에 거래 규모는 15.4배 늘었고 거래액은 42.8배 증가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기업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도록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각 기업의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배출 허용량을 배정한 뒤 이보다 많이 배출하면 다른 기업에서 남은 배출권을 사들여야 한다. 전년과 비교했을 때 탄소를 획기적으로 저감해 남은 배출권을 다른 기업에 팔 수 있는 기업은 배출권으로 돈을 버는 셈이다. 반대의 경우 탄소 배출은 고스란히 비용 부담으로 쌓인다.

정부는 배출 허용량 중 유상으로 할당하는 업종과 비율을 점차 늘리고 있다. 1차 계획기간(2015~2017년)에는 대상 기업에 100% 배출권을 무상 할당했지만 2차 계획기간(2018~2020년)에는 3%를 유상 할당했고 내년부터 2025년까지인 3차 계획기간에는 이 비율을 10%로 높인다. 유상 할당 대상 기업은 이 비율만큼 배출량을 줄이거나 사들여야 한다. 2050년 탄소중립 선언에 따라 탄소 저감 필요성이 커지면서 추후 유상 할당 비율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탄소배출권 가격은 치솟고 있다. 2015년 1월 12일 개장 첫날 t당 8640원이던 배출권 가격은 다음해 평균 1만7179원으로 올랐고 지난해에는 평균 2만9126원 수준에 거래됐다. 올해도 t당 2만~3만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의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은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다. 이처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국내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국은 2017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온실가스 배출량 5위다. 1990~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을 따지면 OECD 국가 가운데 1위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