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반쪽 인사청문회' 되나

여야, 제도개선 TF 만들기로

연말 개각 차질 땐 '레임덕'
文, 지난달 국회의장에 요청
< “가까이 오세요” >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이 16일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부르고 있다. 뉴스1
여야가 공직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기로 합의했다. 인사청문회가 정쟁 수단으로 전락하는 걸 막자는 취지이지만, 국회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일단 협의에는 참석할 뜻을 밝히면서도 세부 내용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한 발 물러섰다.

여야 TF 만든다지만…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원내 회동에서 이같이 합의했다고 한민석 국회 공보수석이 전했다. 한 수석은 “의장이 인사청문회 대상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정책 능력 검증은 공개로 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며 “여야 원내대표가 이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위한 여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은 청와대가 연말 개각을 검토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서울시장을 노리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큰 폭의 개각 작업에서 도덕성 시비가 불거지면 집권 4년차를 맞이하는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회를 방문했을 때 박 의장에게 “국회 청문회 제도가 반드시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앞서 인사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각각 분리해 실시하고, 공직윤리청문회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추진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인사청문회가 공직 후보자에 대한 과도한 인신공격 또는 신상털기에 치중한 나머지 공직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기 위한 본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밝혔다.

진보 진영에서도 맹비판

하지만 여당이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려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인사청문회를 비공개로 하면 언론에 의한 검증도 못 하게 된다”며 “‘우리도 실은 잡놈’이라고 정직하게 고백하고 얼굴에 철판을 깔라. 그럼 조금은 덜 역겨울 것”이라고 맹비판했다.진보 성향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지난달 30일 ‘민주당은 ‘깜깜이’ 인사청문회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민주당의 개정안과 같이 (청문회가) 비공개 방식으로 이뤄진다면 더 이상 고위 공직 후보들의 부동산 투기, 부적절한 주식 투자, 탈세 등의 문제를 국민이 알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각론에서 합의 어려울 듯

여야가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TF를 함께 구성하기로 했지만, 합의된 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주 원내대표는 한국경제신문에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TF 구성에 합의한 것이며 비공개를 포함해 세부 내용은 더 논의할 사항”이라며 “개선안은 다음 정부에서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회 운영위원회 검토보고서에는 민주당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에 대해 “공직 후보자의 윤리성과 업무능력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워 인사청문회를 분리 실시하는 것에 대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며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도 중요한 사항으로, 국민의 알 권리 보호와 공직 후보자의 사생활 보호라는 법익을 신중히 비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날 여야 원내지도부는 내년 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면 초당적 방미단을 파견하는 방안에도 의견을 모았다. 또 정기국회 내 민생법안을 최대한 많이 처리하고 예산안을 법정시한인 다음달 2일까지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조미현/좌동욱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