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마이크론 176단 성공…韓반도체, '1등' 뺏길 수도"

마이크론, 176단 낸드플래시 양산 발표
양향자 "기술 격차 3년이었던 기업이 턱 밑까지 쫓아와"
"위기감 가져야…산업기술 부총리로 3부총리 체제 운영 필요"
사진=뉴스1
고졸 출신으로 삼성전자 임원까지 지낸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미국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로 176단 낸드플래시 반도체 양산에 나선 것과 관련, 한국 정부와 반도체 업계가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1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끊임없이 변하는 기술 환경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다. 지금은 국내 반도체 업계가 세계 최고지만 내일이면 후발주자들에 자리를 내줘야 할지 모른다"며 이같이 말했다.양향자 최고위원은 "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가 3년이었던 마이크론이 단숨에 반년이라는 턱밑까지 쫓아온 원동력은 바로 연구개발(R&D)에 있다"며 "마이크론이 일본 반도체 기업 '엘피다'를 인수하면서 우수한 R&D 인력을 대거 흡수해 기술력이 대폭 강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정부의 지원을 꼽는 전문가도 있다. 최근 AI 인더스트리의 급속한 성장에 따라 반도체 시장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며 "시장 덩치에 걸맞게 미국 정부에서 자국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지원도 대폭 늘렸다"고 말했다.

앞서 마이크론은 지난 9일(현지시간) '5세대 3D 낸드'라 명명한 176단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업계 최초로 양산해 고객사에 출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최근 낸드플래시 업체들은 데이터 저장공간인 '셀'을 수직으로 높게 쌓아 저장 용량이 큰 제품을 만드는 '적층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현 128단)을 제치고 최초로 176단 낸드 납품에 성공한 것이다.

적층은 용량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으로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의 비율)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 분야 기술력의 척도로 꼽힌다. 단수가 높을수록 같은 면적에 고용량을 구현할 수 있어서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세계는 점점 기술패권의 시대로 가고 있다. 기술패권 시대는 승자만이 시장을 독식하게 된다"며 "반도체는 우리가 최고니까 안심해도 되는 시대가 결코 아니다. 기술패권 다툼에서 패자가 되면 '엘피다'처럼 우리 기업, 우리 기술 모두 외국 것이 될 수 있다"고 했다.이어 "기술력은 다른 방도가 없다. 결국 사람의 문제다. R&D 인재육성에 과감히 집중 투자해야 우리가 가진 몇 안 되는 기술패권이라도 지킬 수 있다"며 "한국판 뉴딜사업에도 우리의 기술패권을 지키려는 치열한 각오와 비장함이 담겨있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양향자 최고위원은 전날 한국판 뉴딜과 4차 산업혁명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산업기술 부총리'로 격상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과기정통부 장관을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와 함께 산업기술부총리의 3부총리 체제로 운영하며, 적극적인 미래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금처럼 산업, 기술, 교육, 시장이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며 "(저는) 산업기술 부총리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산업기술 부총리가 탄생한다면 기술패권 다툼에서 우리나라가 승기를 잡는데 큰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구조 재편을 효율적으로 이끌고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뉴딜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산업기술 부총리 도입이 시급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