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두 "미래 먹거리 찾으려면 R&D도 '전략' 필요하죠"

이신두 초대 R&D투자혁신기획단장

한국 LCD 세계 1위 이끈 석학
연구개발 장기 계획 수립이 임무

"국가 R&D로 신산업 창출하려면
공공성 지키되 민간수요 부응을"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은 2021년도 기준 27조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죠. 이렇게 큰 예산이 실제로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보다 정밀한 ‘기획’이 필요합니다.”

정부 R&D 투자 예산의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집행을 위해 지난달 출범한 ‘연구개발투자혁신기획단’ 초대 단장을 맡은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63·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획단 출범 취지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연구개발투자혁신기획단은 국가 R&D 예산을 총괄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설치한 민간 주도 기구다. 이 단장은 연구개발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기획단 위원 11명의 대표로서 장기적인 국가 R&D 투자 방향을 제시하고, 현행 R&D 투자 시스템 개선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이 단장은 국가 R&D 예산 투자 문제점에 대해 “연구 성과는 있지만 방향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A라는 연구 성과를 달성했을 때 A를 발판으로 또 다른 연구가 이뤄져야 신산업 발굴이든 사회적 가치 실현이든 실질적인 결과물로 이어지는데, 지금까지의 투자는 연구 성과물의 사후 활용 가치를 미리 생각하지 않고 진행된 경우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민간 기업과 국민이 국가 R&D의 가치를 느끼기 어려웠다는 게 이 단장의 설명이다.

기획단장으로서 그가 “민간 수요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R&D 예산이 전략적으로 쓰이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국가 예산의 공공성을 저버리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단장은 “민간에서 정말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비용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연구 분야가 많다”며 “이런 분야를 국가가 앞장서 연구해 추후 민간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자는 것이지, 민간이 알아서 연구할 수 있는 분야까지 다 하자는 게 아니다”고 했다.

이 단장은 LCD(액정표시장치)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전문가다. 1988년 한국인 최초로 LCD 개발의 핵심이 되는 액정 물리학 박사학위를 미국에서 받았다. 1992년 귀국한 이후엔 삼성·LG에 특허 등 기술을 제공하며 두 회사 사이의 기술 협력을 이끄는 등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디스플레이 1위로 올라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현재 그는 디스플레이 분야 세계 3대 학회(미국광학회, 국제광전자공학회, 국제디스플레이학회)에 모두 석학회원으로 등재돼 있다.이 단장은 “지난 28년간 물리학이라는 기초학문이 어떻게 산업화로 이어지는지, 어떤 기술로 무슨 신산업이 창출되는지 직접 보고 겪었다”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국가 R&D 예산이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으로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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