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보호 대폭 강화"…정부, '미혼모 가명 출산' 도입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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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합동 '미혼모 지원 대책' 발표최근 베이비박스 앞에 버려진 신생아가 사망하는 등 미혼모 문제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영아 유기를 막기 위해 미혼모와 한부모 가정에 대한 지원과 보호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만 19세도 '임신·출산 의료비' 지원
여성가족부와 법무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고용노동부는 미혼모가 출생 신고할 때 산모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청소년에게 임신·출산을 사유로 한 휴학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미혼모 등 한부모 가족 지원대책'을 16일 발표했다. 먼저 영아 유기나 살해 방지를 위해 아동의 출생신고 서류 등에서 친모의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보호출산제' 도입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독일에서는 출생증명서나 가족관계 서류 등에 친모의 이름을 가명으로 기록하고 아이가 태어난 날짜, 장소 등만 명시한다. 아이가 자라 15세가 되면 친모의 신상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데, 이때도 친모가 동의해야 정보가 공개된다.
정부는 이 같은 형태의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임신과 출산 관련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청소년 산모의 나이를 만 18세에서 만 19세로 높이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만 19세 산모도 연간 120만원 가량의 청소년 산모용 임신·출산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만 19세 산모에게는 일반인과 같은 연간 60만원의 의료 지원비가 지급되고 있다. 정부는 청소년과 일반인을 포함해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가족, 사회와 고립된 미혼모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임신 초기부터 임신·출산과 관련된 가족 간 갈등 상담과 의료비도 지원할 예정이다.
한부모 가족이 입소해서 지낼 수 있는 복지시설에 대한 입소 기준도 완화한다. 소득 기준을 기존 중위소득 60% 이하에서 100% 이하로 완화하고, 시설 입소 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청소년 미혼모의 경우 학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임신과 출산을 사유로 한 유예와 휴학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각 학교에서 대안교육 기관을 안내하고, 전국 미혼모 거점기관과 연계해 청소년 미혼보가 즉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한편, 여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의 미혼모는 21만명, 미혼부는 7082명이다. 이 중 24세가 안 된 미혼모는 전체의 8.4%인 1700명으로 집계됐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