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만드는 로켓 엔진…이케이도 준 '변두리 로켓'

로켓 발사가 엔진 결함으로 실패하면서 연구 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난 쓰쿠다 고헤이. 그는 이후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가업인 변두리 중소기업 쓰쿠다제작소를 경영하게 된다.

연구 실패로 인한 절망감에다 아내와 이혼으로 쓰쿠다는 더욱 초라한 처지가 된다. 하지만 그에게는 여전히 손수 개발한 엔진을 장착한 로켓을 우주로 쏘아 올리겠다는 꿈이 살아있다.

'한자와 나오키'로 유명한 일본 작가 이케이도 준의 장편소설 '변두리 로켓'(인플루엔셜 펴냄)의 뼈대를 이루는 이야기다.

쓰쿠다는 어려운 여건에도 꿈을 잃지 않고 묵묵히 기술 개발에 진력하지만, 직원이 200명 규모인 중소기업에서 로켓 엔진을 개발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어느 날 대기업에서 특허 침해 소송을 걸어오면서 쓰쿠다의 회사는 도산 위기를 맞는다.

쓰쿠다는 은행과 거래처를 뛰어다니며 자금난을 벗어나는 동시에 동요하는 직원들의 마음도 붙잡아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다.

이런 상황에서 우주로켓 사업을 추진 중인 다른 대기업이 쓰쿠다에게 로켓 엔진에 탑재할 밸브 시스템의 특허 사용권을 거액을 주고 사겠다는 제안을 해온다. 경영난을 일거에 해결할 기회이지만 로켓 발사라는 오랜 꿈을 잠시 접어야 할지도 모를 갈림길에서 쓰쿠다는 기발한 역제안을 한다.
지난 2011년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나오키상을 받으며 대중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작품이다.

드라마로도 제작돼 시청률 1위에 올랐고, 후속으로 출간한 세 편의 작품도 모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시리즈 4권이 누적 판매량 350만 부를 돌파했다. '일'과 '일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케이도는 이 소설을 통해 사람이 일하는 이유와 일을 통해 꿈을 실현하는 과정을 드러낸다.

이케이도는 대표작 '한자와 나오키'에서 직장인들의 통쾌한 복수극을 통해 일터에서의 정의 구현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변두리 로켓'은 매우 일본적인 소설이기도 하다.

남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자기 일에 자긍심을 갖고 한 우물만 파는 끈기로 상징되는 일본식 '장인 정신'을 문학적으로 구현했다.

쓰쿠다제작소는 변두리에 있는 작은 회사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세계 최고의 밸브'를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살아간다. 이는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이 로켓 엔진을 만들겠다는 원대한 포부로 이어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