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영화로 보는 할리우드의 황금기…영화 '맹크'

데이비드 핀처 감독 부자가 완성한 '시민 케인' 탄생기

아카데미 수상작 '소셜 네트워크'의 감독 데이비드 핀처가 '나를 찾아줘'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은 30년 가까이 품어 온 야심작 '맹크'다.
영화의 각본을 쓴 잭 핀처는 감독의 아버지다.

핀처 감독은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였던 아버지가 은퇴 후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고 했을 때 영화 '시민 케인'의 시나리오 집필 과정에 대해 써보라고 제안한다.

언론 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를 통해 권력과 허영을 신랄하게 비춘 영화 '시민 케인'(1941)은 미국영화연구소(AFI)가 '미국의 가장 위대한 영화'로 선정한 작품이다. '시민 케인'의 시나리오를 누가 썼는지에 대한 논쟁을 일으켰던 영화 평론가 폴린 케일의 에세이 '레이징 케인'(1971)을 읽은 감독이 아버지에게 시나리오의 소재로 제안했던 것. 투자자를 찾지 못했던 흑백 영화는 30년이 지나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이게 됐다.

영화 '맹크'는 데뷔작 '시민 케인'으로 25살의 나이에 할리우드의 천재 감독 반열에 오른 오선 웰스가 아니라, 웰스로부터 각본 의뢰를 받은 작가 허먼 맹키위츠의 집필 과정을 담았다.
1940년, 신랄한 비평가이자 알코올 중독자인 맹키위츠(게리 올드먼 분)는 창작 과정의 모든 자유를 보장받은 웰스(톰 버크)로부터 각본 의뢰를 받고 캘리포니아 빅터빌의 목장에서 집필을 시작한다. '아는 이야기를 쓰라'는 조언에 맹크는 자연스럽게 1930년대를 떠올린다.

대공황의 와중에 맞이한 할리우드의 황금기.
맹크는 사치스러운 삶을 과시하던 황색 언론의 선구자였던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찰스 댄스)와 그의 애인인 배우 매리언 데이비스(어맨다 사이프리드)를 보며 '시민 케인'의 아이디어를 얻는다.

'시민 케인'이 그랬던 것처럼 '맹크'도 플래시백(회상)을 활용해 현재와 과거를 바삐 오가며 당대의 할리우드는 물론 미국의 정치와 사회에 대한 꽤 많은 정보를 담아낸다.
오선 웰스와 맹키위츠, 허스트와 데이비스 외에도 할리우드의 황금기를 이끈 MGM의 루이스 버트 메이어와 어빙 솔버그도 모두 실존 인물이다.

메이어와 솔버그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최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를 탄생시킨 주축이고, 아카데미에는 솔버그를 기리는 특별상도 있다.

'시민 케인'을 먼저 보는 것이 재미와 이해 모두에 도움이 된다.

저작권이 소멸된 '시민 케인'은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민 케인'은 194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대부분의 부문에 후보로 올랐지만, 각본상 하나를 받는 데 그쳤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맹크'가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맹크'는 18일 극장에서 개봉한 뒤 12월 4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