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WTO 총장 후보 사퇴 안한다"

"총장 선출의 최종 단계는
투표 아닌 합의 도출 과정"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사진)은 17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 사퇴는 1단계, 2단계에서 하는 것이고 3단계에서는 의견 일치(컨센서스)를 계속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WTO 사무총장 후보직을 사퇴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 보겠다는 의지를 ‘외교적 화법’으로 드러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유 본부장은 이날 KBS 1라디오에 출연해 “1위 후보와 표 차이가 커 유 본부장이 사퇴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는 진행자의 언급에 이같이 답했다. 유 본부장은 “언론 보도를 통해 표 차이가 나온 적은 있지만 이는 공신력 있는 근거가 아니다”며 “실제 표 차이는 WTO가 공개하지 않으며 WTO 의장단이 이를 말한 적도 없다”고도 했다.이달 초 WTO 회원국 중 다수는 사무총장 선거에서 유 본부장의 상대 후보인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전 나이지리아 외무장관을 새 총장에 추천하기로 뜻을 모았다. WTO는 당초 이달 9일까지 사무총장 선정을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유 본부장은 열세 후보가 사퇴 의사를 밝히는 관례를 깨고 후보직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유 본부장을 강하게 지지해 사퇴 의사를 밝히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유 본부장은 “사무총장 선출 최종 단계는 투표가 아니라 최종 후보를 놓고 컨센서스를 도출하는 과정으로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회의 개최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주요국들과 협의하면서 컨센서스 과정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응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다시 가입하고 한국에도 TPP에 동참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과 관련해선 “바이든 행정부가 검토할 수 있는 주제”라면서도 “국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서 국익에 맞게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