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하고 고요한 세계"…수림문학상 수상작 '버드캐칭' 출간

관계의 끝에서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을 껴안는 로맨스 소설

제8회 수림문학상을 받은 김범정(29)의 장편소설 '버드캐칭'이 18일 연합뉴스 출판 브랜드인 광화문글방을 통해 공식 출간됐다. '버드캐칭'은 요즘 흔치 않은 순정한 로맨스를 그려낸 소설이다.

남자 주인공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이자 연인이었던 여성의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로 상실감에 빠지면서 겪는 여러 가지 심리적 변화를 세밀한 시선으로 따라간 작품이다.

아직 20대인 신인 작가는 이 소설에서 사랑과 이별이 반복되는 젊은 날의 불안하고 순수한 감정을 서정적 톤으로 그려냈고, 심사위원단은 이런 '순정의 세계'에 빠져들었다고 털어놨다. 윤후명, 성석제, 강영숙 등이 참여한 심사위원단은 "순정하고 상처 내지 않는 고요한 세계에 매료되었다"면서 "문장은 단순히 서사를 실어 나르는 도구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기품 있고 우아했으며 서사를 만드느라 쫓기는 대신 소설 안에서 사유할 여백을 만들어주었다"고 설명했다.
소설 주인공 '도형'은 작가와 흡사해 보인다.

나이 서른을 앞둔 사회 초년생으로, 한 중공업 기업에서 정직원 임용 심사를 받는 중인 임시직 사원이다. 도형은 오래된 연인 '세현'과 결혼을 생각하고 있지만, 대학병원 간호사를 그만둔 세현은 무력감과 불안감에 힘들어하며 결혼엔 관심이 없다.

결국 세현은 어느 날 편지 한 장만 남기고 떠난다.

큰 상실감 속에 짧은 휴가를 얻은 도형은 미국 유학 시절 자신을 돌봐줬던 막내 이모를 보러 베트남을 방문했다가 귀국 직후 오랫동안 못 만난 친구 준영의 행방을 수소문하기 시작한다. 사실 도형이 세현을 만나게 된 건 고등학교 동창 준영 덕분이었다.

셋이 함께 재수 학원에 다닐 때 한 프로야구팀 경기를 함께 보러 다니며 친해졌고, 1년 뒤에 도형과 세현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연인이 되면서 묘한 긴장감 속에 도형과 준영의 친구 관계는 멀어졌다.

도형은 준영이 레지던트 의사로 일하는 병원을 찾아내지만, 그를 만나지는 못한다.

그리고는 묘하게도 세현이 없어진 날 준영도 사라졌다는 전언을 준영의 연인이자 동료인 의사 '한지혜'로부터 듣게 된다.

도형은 한지혜와 함께 준영과 세현을 찾아 무작정 제주도로 떠난다.

이들은 연인들을 다시 찾고 흐트러진 일상을 복구하게 될까? 사라진 두 남녀의 비밀은 뭘까?
추리 기법과 로드 무비의 서사를 차용한 진행이 흥미를 더하고, 동성애 코드가 갈등 해결 과정에서 실마리가 되는 점도 신선하다.

김범정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관계라는 건 애도할 틈도 없이 끝나는 경우가 있더라"면서 "그런 관계의 불확실성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범정은 올해 대학 졸업 후 취업 경험이 없는 사회 초년생이다.

2년 전부터 틈틈이 습작을 해왔고 이 작품이 처음 쓴 장편이다. 276쪽. 1만3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