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다는 中企협동조합…네트워크 혁신경제 시작됐다

中企협동조합 시대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안 내년 4월 시행
"협동조합 활성화 위한 지원 길 열려"
R&D·해외시장 구축 등 뒷받침

코로나로 협동조합 역할 더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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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협동조합은 6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국내 최장수 조합의 하나로 꼽힌다. 1958년 4월 사단법인으로 창립한 이후 1962년 5월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시행령에 근거해 설립인가를 받았다. 현재 회원사만 700여 개에 이른다. 조합원사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얻는 규모 경제의 효과는 대단하다. 출판사들이 경기 파주시 오금리의 연면적 1만5630㎡ 규모 도서물류센터를 이용할 때 부담하는 보관료는 일반 업체보다 월등히 저렴하다. 출판조합은 첨단 자동화 설비를 갖춘 스마트물류센터를 추가로 구축하고 있어 회원사들의 편익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규모화, 협동화를 실현하는 협동조합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中企 경쟁력 강화 돕는 끈끈한 '네트워크'

KBIZ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협동조합은 중소기업의 경제적 지위 향상과 국민경제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1961년 제정된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근거해 설립한 비영리 특별법인이다. 당시 한국 경제에서 중소기업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했고 부가가치는 60%를 넘을 정도였다.

조합 설립 초기인 1962년에는 전국에 117개의 각급 조합이 설립됐다. 국내 협동조합 1호는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현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다. 1962년 4월 당시 상공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아 협동조합 설립의 물꼬를 텄다. 당시 조합은 소형자동차의 국산화를 추진하는 데 주력했다.
한국출판협동조합 파주적성 도서물류센터 조감도
이 밖에 한국출판협동조합을 비롯해 대한장류공업협동조합(현재 한국장류협동조합), 한국페인트잉크공업협동조합, 한국제지공업협동조합,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등이 1962년 태동한 원년 멤버들이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이 같은 협동조합이 모여서 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같은 해 결성됐다.

중기협동조합은 크게 조합, 사업조합, 연합회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조합은 전국 또는 행정구역에서 동일업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들이 설립하는 조직이다. 한국출판협동조합, 부산기계공업협동조합 등이 여기에 속한다.

사업조합은 중소기업이 공동 경제활동을 편리하게 추진하기 위한 조직이다. 이천도자기사업협동조합, 경인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등이다. 연합회는 행정구역을 단위로 하는 동일업종 협동조합 또는 사업협동조합을 회원으로 구성하는 단체다. 한국기계공업협동조합연합회, 한국콘크리트공업협동조합연합회 등이 대표적 사례다.반세기를 훌쩍 넘긴 올해 11월 기준 중기협동조합 수는 934개, 조합원 수는 7만1395개에 이른다. 중소기업이 한국의 산업화와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하면서 협동조합의 규모도 그동안 9배가량 성장한 셈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소기업협동조합이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개발, 공동구매, 해외 개척 '첨병'

중기협동조합은 중소기업의 공동사업 플랫폼으로서 연구개발(R&D) 및 시장 개척 등 다양한 사업을 공동의 힘으로 수행한다. 중소기업들은 네트워크 조직인 중기협동조합을 통해 공동구매, 판매, 생산, 브랜드, 교육, 물류 유통 등 기업활동의 일부를 공동화하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함으로써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단 및 무역전시회 참가, 바이어 초청 상담 등 해외 진출 사업 전개를 통해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도 촉진하고 있다.
충북작물보호제조합 공동물류센터
충북작물보호제판매업협동조합은 110개의 거래회사와 작물보호제, 비료 등 5300여 개 품목을 현금으로 매입하는 방식으로 조합원들이 개별 구매할 때보다 10%의 원가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연 20억원의 구매원가를 아끼고 있다”고 했다. 한국펌프공업협동조합은 펌프시험연구소를 설립해 펌프 제품과 부품에 대한 기술 개발과 R&D 과제를 수행해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조합원 기술력 향상에 힘을 쏟고 있다.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은 공동마케팅 지원을 통한 회원사들의 해외 판로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부 업무가 중단됐지만, 그동안 독일 메디카, 두바이 아랍헬스 등 해외 의료기기 전시회에 한국관을 구성해 회원사들의 진출을 도왔다. 베트남, 인도네시아에도 의료기기 해외지원센터를 열었다.

조진형 중기중앙회 협동조합본부장은 “협동조합은 투자자 소유기업인 주식회사와 달리 조합원들이 협동해 출자한 이용자 소유기업인 만큼 조합원의 편익 증진과 중소기업 공동체 발전이 핵심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中企 기본법 개정…협동조합 활성화 기대

‘연결의 힘’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중소기업 간 연결을 통해 조직된 중기협동조합의 중요성은 갈수록 부각되는 추세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비대면·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강요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중소기업의 연대는 필수적이다. 거대한 변화에 대응하기에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때마침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도 최근 중기협동조합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에 나서고 있어 기대를 높이고 있다. 우선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안이 내년 4월 시행돼 협동조합도 R&D부터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을 통한 자금 지원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중소기업들은 공동구매를 비롯해 비대면 플랫폼 서비스, R&D, 해외시장 구축 등 새로운 협업사업을 추진해 협동조합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클라우드사업협동조합, 한국반려동물사업협동조합 등 새로운 시대와 경제상황을 반영하는 신생 조합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기중앙회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각 지자체에서 ‘중소기업협동조합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현상이다. 조례가 마련된 지자체들은 협동조합 지원 3개년 계획을 세우고 있다.여기에 정부의 노력도 더해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작년 11월 발표한 중소기업협동조합 활성화 3개년 계획에는 광역지자체의 중소기업협동조합 활성화계획 수립 의무 부여를 위한 법 개정 추진, 지방중기청-지자체-중기중앙회 지역본부 간 협의체 구성 및 운영 등이 포함돼 있다. 중기부는 이를 통해 지자체가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 요소로 중소기업협동조합을 인식하고, 조합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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