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협동조합, R&D·자금 수혈 길 열린다…이사장들 더 뛰어주길"

인터뷰

중기기본법 개정안 내년 4월 시행
협동조합도 중소기업자로 인정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 생겨

국회서 규제입법 너무 빨리 이뤄져
심사숙고 안하면 부작용 불보듯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이 많을수록 국가 산업 경쟁력은 발전합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사진)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소기업협동조합이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중소기업의 업종별 협업 플랫폼인 중기협동조합이 국가 산업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23·24대에 이어 지난해 26대 중기중앙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부임 초기부터 중기협동조합 지원을 위한 조례안을 마련하는 등 중기협동조합 육성을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중소기업기본법 개정안이 내년 4월 시행됩니다. 숙원사업이 해결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기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 지역 중기협동조합의 어려운 사정을 많이 접했습니다. 지역 경제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협동조합이 직원조차 쓰지 못한 채 유명무실한 단체로 전락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중소기업기본법은 중기협동조합도 중소기업자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 법 개정으로 협동조합도 연구개발(R&D)부터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을 통한 자금 지원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작년 11월 발표한 중소기업협동조합 활성화 3개년 계획에 조합의 중소기업자 지위 인정을 포함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법 개정으로 중기업계가 얻는 이점은 무엇입니까.협동조합을 중심으로 공동구매를 비롯해 생산, 판매 등 공동행위를 하기 편해집니다. 협동조합도 직접 보증서를 발급받아 잘만하면 경쟁력 있는 기업처럼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가 마련됐습니다. 예를 들어 주유소협동조합은 정유사로부터 한 해 350억~400억원어치 기름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연간 구매량을 제시하고 조합원들이 필요에 따라 꾸준히 기름을 공급받기 때문에 본사와 ‘빅딜’이 가능합니다. 바잉파워(구매협상력)가 형성되는 겁니다. 자금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중기중앙회는 기업은행과 매칭펀드를 통해 자금을 열다섯 배, 스무 배로 확대 운용할 수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중기협동조합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은 중기협동조합에 관한 협력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련 조례가 없어 지방정부의 지원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지역별로 산업 생태계를 발전시킬 연간 계획 등이 전무했던 겁니다. 회장 부임 직후인 작년 4월 ‘중소기업협동조합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표준조례안’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전국 지자체를 찾아다니며 간담회를 열고 조례 제정을 건의했습니다. 조례가 통과된 지자체는 협동조합 지원 3개년 계획을 세워 공표하게 돼 있습니다. 이렇게 대구는 섬유산업을, 경남 남해군은 조선업을 다시 세우기로 했습니다.▷중기협동조합의 자구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협동조합도 잘하는 곳이 있고 비교적 못하는 곳이 있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잘하는지 알려야 나머지 협동조합도 벤치마킹할 수 있습니다. 현행법상 협동조합 이사장은 세 차례만 허용됩니다. 업종마다 특성이 다르고 봉사직인데 횟수를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제도 마련을 위해 뛰고 있는 중기중앙회장보다 더 활발하게 활동을 펼쳐줘야 합니다.

▷대·중소기업 간 상생 관계를 견고히 만들 수 있는 법안도 마련됐다면서요.상생협력법 개정을 통한 중기중앙회의 납품단가 협상권이 그렇습니다. 중소기업은 일반적으로 대기업과 협상에 나서지 않습니다. 납품단가를 올리는 일보다 거의 유일한 수요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대기업 입장에서도 중기 한 곳이 망하면 납품업체 한 곳이 없어지는 셈입니다. 대기업이 힘의 논리로 지나치게 일방통행하지 말라는 의도입니다. 이제 중기중앙회와 협동조합이 함께 각 조합원사를 대신해 적정 납품단가를 대기업에 제시할 길이 열렸습니다.

▷중소기업을 위해 정부와 국회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일본은 부가가치세를 3% 올리기 위해 3년 동안 토론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성급하게 경제 산업에 대한 규제 입법이 이뤄집니다. 심사숙고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집단소송제 같은 법안이 대표적입니다. 집단소송에서 패소한 대기업은 납품 중소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실업입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기업이 어려워도 고용을 유지하면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이런 제도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