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개발 당시 안전성 검증기준 있었으나 무시"

1994년 유공 '가습기메이트' 출시 후 옥시·LG생건·애경 무분별한 벤치마킹
1990년대 국내에서 최초로 가습기살균제가 개발될 당시 흡입독성 시험에 대한 기준이 존재했음에도 기업들은 모두 검증을 거치지 않고 무분별하게 제품을 출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18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사참위 회의실에서 '1990년대 국내 가습기살균제 개발 및 출시 상황과 시장형성 과정'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참위에 따르면 국내에서 처음 출시된 가습기살균제는 1994년 나온 유공(SK케미칼의 전신)의 '가습기메이트'다.

이후 1996∼1997년 옥시와 LG생활건강, 애경산업은 타사 제품을 벤치마킹해 원료를 결정하고 제품을 출시했다. 이들 기업은 각각 흡입노출시험, 살균력시험, 유해물질검사, 증기 테스트 등을 하긴 했지만, 인체 흡입독성시험을 거치진 않았다.

유공과 옥시, LG생활건강은 시험한 내용의 결과가 도출되기 전에 제품부터 먼저 내놓기도 했다.

사참위는 1994∼1997년 당시 국내에 현재 수준과 같은 흡입독성시험 장비를 구비한 시험기관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나, 흡입독성시험에 대한 기준은 마련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1992년 국립환경연구원(국립환경과학원의 전신)은 흡입독성시험에 대한 기준을 이미 마련한 상황이었고, 1995년께 미국과 일본 등에선 현재 수준과 같은 흡입독성시험을 할 수 있는 시험기관이 존재했으며 관련 연구논문도 상당수 나와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국립환경연구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을 비교·검토해 발간한 '화학물질의 환경위해성 평가연구(II)'는 '각 농도 군에 적어도 10마리(암컷 5마리, 수컷 5마리)를 사용한다', '쳄버 내를 약간 음압으로 유지해 시험물질이 누출되지 않아야 한다' 등 급성 흡입독성시험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가습기 살균제의) 폐 손상 발병을 사전에 알 수 있었는지는 현존하는 과학으로 밝힐 수 없는 부분'이라는 2013년 윤성규 당시 환경부 장관의 발언에 대한 반증으로, 가습기살균제가 시중에 유통된 20여년간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라고 사참위는 강조했다. 최예용 가습기살균제사건 진상규명소위원장은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에 대해 관리·감독을 했다면, 그리고 그것을 기업들이 따랐다면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제품 개발 초기에 정부의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윤성규 당시 환경부 장관의 발언은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