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한 천연기념물 무궁화 0.084% 확률로 후계목 발견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해 고사한 천연기념물 제521호인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사진)의 후계목을 발견했다고 18일 발표했다.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는 1930년 백령도 중화동의 교회 건립 시 심어졌다.2011년의 추정 수령이 90년 이상이고 나무 높이가 6m를 넘는 등 희소성을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제521호로 지정됐다.

하지만 2012년 태풍 볼라벤, 2018년 태풍 솔릭 등의 피해를 받아 점점 약해지다 지난해 고사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해 문화재청 합동 현지조사를 벌여 고사한 천연기념물 주변에 자연적으로 자란 무궁화 두 그루의 시료를 확보, 유전자 검사를 시행했지만 아쉽게도 모두 후손이 아닌 것으로 분석했다.산림과학원은 꾸준히 후계목을 찾는 사업을 벌이다 인천시 옹진군이 유전자 검사를 의뢰한 무궁화에 집중했다.

산림과학원 무궁화 연구팀은 옹진군이 검사를 의뢰한 무궁화 중 2010년 산림과학원이 증식해 보존 중인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 클론과 DNA 지문이 완전히 일치하는 후계목을 찾았다.

연구팀은 천연기념물 후계목을 찾기 위해 무궁화 DNA 염기서열에서 짧고 연속적으로 반복서열을 보이는 STR 마커 6종을 이용했다.STR 분석법은 생물체의 세포 내 핵 DNA에 다수 존재하는 1∼5개의 염기 단위가 개체별로 고유한 반복 횟수를 나타내는 특징을 이용한다.

유전적 동질성 여부를 결정하는 방법으로 친자(親子) 검정이나 범죄 수사 등에 흔히 사용된다.

산림과학원은 전국의 수 많은 무궁화와 비교·분석했지만 유일하게 옹진군의 후계목만이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의 유전자 조합과 100% 일치했다.국립산림과학원은 이 같은 결과가 우연히 나타날 확률이 0.084%라고 소개했다.

후계목은 천연기념물 고사 이전 꺾꽂이를 통해 증식된 클론으로 예측됐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는 서해 최북단 백령도라는 특수 환경에서 100여 년이나 적응해 살아온 학술적으로 매우 귀중한 자원”이라며 “얼마 남지 않은 재래종 무궁화 자원을 앞으로도 잘 보존하고 연구해 우리 무궁화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위상을 높이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