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위험 크고 접근성 '꼴찌' 투자비 8.6조…이런데도 가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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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신공항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 발표가 17일 나오자마자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이 내년 4월 부산시장 재보궐선거 승리를 위해 필수라는 계산에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서도 불가결하다"고 말했다. 사업을 빨리 추진하려고 특별법까지 추진한다. 타당성 검토 등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표'에 눈이 멀어 대형 국책사업을 날림으로 추진하려 한다"는 비판과 함께 가덕도 사업은 2011년, 2016년 두 차례 정부 타당성 검토에서 모두 '결격' 판정을 받은 사실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특히 2016년 검토는 공항 설계 분야 세계적인 전문기관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수행한 것이었다. ADPi 검토에서 가덕도(활주로 1개 건설 기본시나리오 기준)는 총점 619점(1000점 만점)에 그쳐, 김해신공항(805점)과 밀양신공항(686점)에 크게 뒤졌다. 세부 내용은 더 심각했다. 한국경제신문이 ADPi의 '영남권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보고서 원문을 분석한 결과 가덕도 신공항은 11개 평가 항목(중분류 기준) 가운데 8개에서 꼴찌였다. 그간 많이 부각됐던 과도한 투자비용뿐 아니라 ▲비항공적 위험 ▲시장 잠재력 ▲용량 확장성 ▲접근성 ▲지역경제 영향 ▲생태계 영향 ▲기타 위험 등에서 낙제점을 맞았다.
가덕도 신공항은 안전성마저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진, 해일, 태풍 같은 자연재해 등이 미칠 영향을 분석한 '비항공적 위험' 부문에서 30점 만점에 9.8점에 그쳤다. 김해(15.8점), 밀양(18.33점)보다도 크게 낮다. 가덕도 신공항은 바다를 메워 짓는 공항이다. 24톤 덤프트럭 870만대 분량인 1.22억㎥의 흙으로 바다를 매립해야 한다. 가덕도는 해안 지역이라 안그래도 태풍, 해일 피해 우려가 큰데 바다 매립으로 지반까지 약하니 자연재해에 크게 취약하다는 게 ADPi 지적이다. 보고서는 "큰 자연재해가 오면 공항이 침수되거나 매립 토양이 액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어업과 같은 지역 경제 활동에 미치는 악영향도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바다 매립 공사를 하면 가덕도의 양식과 어업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어민들에 대한 보상비도 수천억원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덕도가 '지역경제 영향' 부문에서 75.5점(110점 만점)을 맞아 김해(98.3점), 밀양(99점)보다 뒤처진 이유다. 바다 매립이란 요소는 막대한 투자비용으로 이어진다. ADPi는 가덕도 신공항의 예상 투자비를 8조5850억원으로 추산했다. 김해(4조7320억원)의 1.8배 수준이다. 밀양은 5조1520억원이었다. 더구나 투자비 추산은 2016년 물가 기준이고 운영비용은 뺀 것이어서 실제로는 10조원이 넘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가덕도는 김해국제공항에서도 서남쪽으로 30km를 더 내려가야 나온다.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는 구조다. ADPi가 전체 영남 지역에서 도로를 통해 가덕도 신공항에 다다르는 평균 시간을 구해보니 104분에 이르렀다. 김해는 83분, 밀양은 77분이었다. 접근성 종합평가에서도 140점 만점에 60.4점에 그쳤다. 김해 150점, 밀양 131.9점의 절반 수준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생태계 영향' 부문(60점 만점에 28점)에서도 낙제를 면치 못했다. ADPi는 "가덕도 공항 바로 근처에 의무 보전 지역인 생태·자연도 1·2등급 권역이 있다"며 "이밖에도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 습지보호구역 등이 있어 공항 건설 시 생태계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가덕도가 우수한 평가를 받은 분야도 있다. 인구밀집지역으로부터 상당히 떨어진 지역에 지어지다 보니 소음 피해가 적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 덕분에 소음 영향이 포함된 '사회적 비용' 분야에서 1위였다. 기상 조건과 운항 용이성도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 외에 경제성·접근성·안전성 등 대부분 분야에서 낮은 평가가 많아 ADPi로부터 투자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명예교수는 "2016년에 제기됐던 문제들이 하나도 해소가 되지 않았는데 김해신공항 재검토 결과가 나왔다고 가덕도를 추진한다니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적 전문기관의 검증 결과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가는 막대한 혈세 낭비는 물론 대형 안전사고가 생길지 모른다"고 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이에 대해 "'표'에 눈이 멀어 대형 국책사업을 날림으로 추진하려 한다"는 비판과 함께 가덕도 사업은 2011년, 2016년 두 차례 정부 타당성 검토에서 모두 '결격' 판정을 받은 사실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특히 2016년 검토는 공항 설계 분야 세계적인 전문기관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수행한 것이었다. ADPi 검토에서 가덕도(활주로 1개 건설 기본시나리오 기준)는 총점 619점(1000점 만점)에 그쳐, 김해신공항(805점)과 밀양신공항(686점)에 크게 뒤졌다. 세부 내용은 더 심각했다. 한국경제신문이 ADPi의 '영남권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보고서 원문을 분석한 결과 가덕도 신공항은 11개 평가 항목(중분류 기준) 가운데 8개에서 꼴찌였다. 그간 많이 부각됐던 과도한 투자비용뿐 아니라 ▲비항공적 위험 ▲시장 잠재력 ▲용량 확장성 ▲접근성 ▲지역경제 영향 ▲생태계 영향 ▲기타 위험 등에서 낙제점을 맞았다.
가덕도 신공항은 안전성마저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진, 해일, 태풍 같은 자연재해 등이 미칠 영향을 분석한 '비항공적 위험' 부문에서 30점 만점에 9.8점에 그쳤다. 김해(15.8점), 밀양(18.33점)보다도 크게 낮다. 가덕도 신공항은 바다를 메워 짓는 공항이다. 24톤 덤프트럭 870만대 분량인 1.22억㎥의 흙으로 바다를 매립해야 한다. 가덕도는 해안 지역이라 안그래도 태풍, 해일 피해 우려가 큰데 바다 매립으로 지반까지 약하니 자연재해에 크게 취약하다는 게 ADPi 지적이다. 보고서는 "큰 자연재해가 오면 공항이 침수되거나 매립 토양이 액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어업과 같은 지역 경제 활동에 미치는 악영향도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바다 매립 공사를 하면 가덕도의 양식과 어업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어민들에 대한 보상비도 수천억원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덕도가 '지역경제 영향' 부문에서 75.5점(110점 만점)을 맞아 김해(98.3점), 밀양(99점)보다 뒤처진 이유다. 바다 매립이란 요소는 막대한 투자비용으로 이어진다. ADPi는 가덕도 신공항의 예상 투자비를 8조5850억원으로 추산했다. 김해(4조7320억원)의 1.8배 수준이다. 밀양은 5조1520억원이었다. 더구나 투자비 추산은 2016년 물가 기준이고 운영비용은 뺀 것이어서 실제로는 10조원이 넘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가덕도는 김해국제공항에서도 서남쪽으로 30km를 더 내려가야 나온다.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는 구조다. ADPi가 전체 영남 지역에서 도로를 통해 가덕도 신공항에 다다르는 평균 시간을 구해보니 104분에 이르렀다. 김해는 83분, 밀양은 77분이었다. 접근성 종합평가에서도 140점 만점에 60.4점에 그쳤다. 김해 150점, 밀양 131.9점의 절반 수준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생태계 영향' 부문(60점 만점에 28점)에서도 낙제를 면치 못했다. ADPi는 "가덕도 공항 바로 근처에 의무 보전 지역인 생태·자연도 1·2등급 권역이 있다"며 "이밖에도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 습지보호구역 등이 있어 공항 건설 시 생태계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가덕도가 우수한 평가를 받은 분야도 있다. 인구밀집지역으로부터 상당히 떨어진 지역에 지어지다 보니 소음 피해가 적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 덕분에 소음 영향이 포함된 '사회적 비용' 분야에서 1위였다. 기상 조건과 운항 용이성도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 외에 경제성·접근성·안전성 등 대부분 분야에서 낮은 평가가 많아 ADPi로부터 투자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명예교수는 "2016년에 제기됐던 문제들이 하나도 해소가 되지 않았는데 김해신공항 재검토 결과가 나왔다고 가덕도를 추진한다니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적 전문기관의 검증 결과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가는 막대한 혈세 낭비는 물론 대형 안전사고가 생길지 모른다"고 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