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와 야망 사이…'2024 대망' 품은 펜스 거취 시험대

'불복' 트럼프 재출마설 속 깊어지는 고민
주변선 트럼프 출마 현실화시 불출마에 무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향후 거취를 놓고 시험대에 직면했다. 지난 4년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충실한 조력자 역할을 하며 2024년을 향한 대망을 키워왔으나, '패장'인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한 데 더해 재출마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면서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7일(현지시간) '펜스, 트럼프에 대한 4년간의 충성 서약 후 새로운 시험에 맞닥뜨리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오랫동안 대망론을 품어온 펜스는 이 순간 시선을 2024년 공화당 경선에 두고 있을지 모르지만, 트럼프가 방해가 되는 상황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당장 펜스 부통령은 보수 진영 내에서 대선에 불복한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하는 한이 있더라도 트럼프보다 나라와 당을 우선시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내년 1월 20일 새 행정부 출범 전까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총책임자로서 코로나19 대응을 이끄는 한편으로 상원의 역학 구도를 좌우할 내년 1월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 지원사격에 많은 시간을 쏟아부을 것으로 보인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펜스 부통령은 오는 20일 조지아주를 직접 방문한다.

문제는 조 바이든 당선인 집권 이후의 거취이다. 1월 후 그가 어떠한 상황을 맞게 될지는 주변 인사뿐 아니라 펜스 자신도 알 수 없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인디애나 주지사 출신인 펜스 부통령은 워싱턴DC나 인디애나에 따로 집을 갖고 있지 않아 가까운 지인들조차 그가 어디에 터를 잡을지 아직 확실히 모른다고 한다.

한 주변 인사는 펜스 부통령이 2024년 대선 출마에 나설 경우 중서부에 근거지를 마련, 다음 2년 동안 부통령 임기 초 설립된 팩(PAC·정치활동위원회) '위대한 미국위원회'를 위한 기금 모금과 2022년 중간선거 출마자들에 대한 선거 지원에 시간을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재출마 시나리오를 진지하게 검토하면 할수록 펜스 부통령은 2020년 중간선거 후 불확실한 상황에 빠져들게 된다는 게 딜레마이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거스르길 원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 때문에 자신의 대선 출마를 포기할 경우 향후 정치적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리'와 자신의 야망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펜스 부통령이 대선 이후 며칠간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대선 불복 문제에 거리를 두는 듯한 행보를 보인 것도 이러한 복잡한 속내와 무관치 않다.

폴리티코는 "항상 대통령을 도왔던 부통령으로선 흔치 않은 곤경에 처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펜스의 우군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재출마를 결심할 경우 펜스 부통령이 자신이 다시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정되지 않는 한 대선 레이스에서 빠져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펜스 입장에서 좌절스러운 것이긴 하지만 힘든 상황에 대처하는 그의 스타일이라는 게 지인들의 전언이다.

오랜 친구인 데이비드 매킨토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출마를 결정한다면 그(펜스)는 대통령을 돕기 위해 개인적 야심을 한쪽으로 치워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7천만 표 이상을 득표, 여전히 무시 못 할 영향력을 과시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경선 라이벌로 맞설 경우 승산이 불확실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도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형편이다.

지난 4년간 '충신'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을 보필한 그는 지난 15일 폭스뉴스 기고를 통해 스페이스X가 우주비행사 4명을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쏘아 올린 것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에 찬사를 보내는 등 충성 행보를 이어갔다.

펜스 부통령은 퇴임 전인 내년 1월 6일 상원의장으로서 연방의회의 선거인단 개표 결과를 승인, 바이든 당선인의 선출을 공식 선언하게 된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때까지 승복하지 않을 경우 펜스 입장에서 난감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