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간 "내년 전기차 시장도 유럽과 중국이 선도"

투자은행 JP모간은 최근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공격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달 중순 중국 전기차업체인 니오의 목표주가를 14달러에서 40달러까지 올린 데 이어 지난 9일에는 46달러로 또다시 상향 조정했습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환경 규제 트렌드에 발맞춰 급격히 커질 것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이번엔 JP모간이 전기차 시장에 대한 전망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JP모간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래는 전기다'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을 강조했습니다.

◆아직은 느린 북미시장

JP모간은 우선 북미 지역의 전기차 보급률이 2017년 1%에서 2020년 4% 수준까지 늘어났다고 분석했습니다. 증가세긴 하지만 여전히 유럽과 중국에 대비해선 느린 속도입니다. 당분간은 전기차 시장이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테슬라도 베를린과 상하이에 기가팩토리 공장을 짓고 현지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습니다.

JP모간은 북미 시장에서 전기차 보급률이 낮은 원인을 정부 정책 지원의 부재로 꼽았습니다. 강력한 보조금 정책을 펴는 중국이나 강력한 환경 규제를 내놓은 유럽에 비해 북미는 전기차 시장을 키울 시장 유인책이 크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다만 수소차 부분에서는 제너럴 모터스(GM)를 중심으로 한 변화가 눈에 띕니다. GM은 니콜라(Nikola)와의 협업을 통해 수소 트럭 개발에 나섰습니다. 수소 연료전지는 최대 200킬로와트(Kwh)의 용량과 1000마력의 힘, 6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갖출 수 있는 차세대 전지입니다. 10분이면 160km를 달릴 수 있는 연료를 충전할 수 있다는 게 JP모간의 설명입니다.앞서 테슬라도 배터리데이에서 배터리의 가격 하락을 주 내용으로 하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배터리 가격을 떨어뜨려 전기차 가격을 정부 보조금 없이도 살 수 있는 수준까지 떨어뜨리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테슬라의 전기차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다만 JP모간은 "3년 내로 (배터리 가격 하락을) 성공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전기차 시장의 중심은 유럽

유럽 시장은 다릅니다. JP모간에 따르면 유럽 내 순수 전기차(BEV) 보급률은 올해 상반기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영국 등 5개 주요 국가에서 증가세를 나타냈습니다. 올 1분기 유럽 전체 전기차 거래량의 63%가 이들 국가에서 나왔습니다. 5개국의 올해 9월 기준 BEV 보급률은 6%로 전세계 어느 국가보다 높습니다. 이들 국가의 자동차 시장 매출 중 27% 이상이 B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량이 차지했습니다.
호세 아수멘디(Jose Asumendi) 유럽자동차연구소(European Autos Research) 연구원은 "이 같은 추세는 유럽이 어떤 시장으로 가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며 "내년에도 배출가스 규제 등의 영향으로 이런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내년엔 유럽에서 최소 23개의 BEV 모델이 출시되며 2022년엔 14개 모델이 추가로 나올 전망입니다.

◆유럽 주요국의 보조금 정책은

그렇다면 유럽 주요국은 어떤 정책적 지원을 펼치고 있을까요? 아래 지원책들은 올해 6월 4일부터 내년말까지 유효한 내용입니다.

우선 독일입니다. 독일은 4만유로(약 5250만원) 이하의 순수전기차(BEV) 또는 수소연료전지차(FCEVs)에 대해 9000유로(1180만원)를 지원합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은 6750유로(885만원)를 지원합니다. 4만유로가 넘는 차량에 대해서는 BEV와 FECVs는 7500유로, PHEV는 5625유로를 보조금으로 지급합니다. 독일의 지원책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입니다.

프랑스는 4만5000유로 이하 가격의 신규 전기차(BEV) 구입시 7000유로를 지원합니다. 5만 유로 이하의 PHEV는 5000유로를 지원합니다. 여기에 2006년 이전에 등록된 차량을 가진 사람이 전기차로 바꿀 경우엔 5000유로를 추가로 지원합니다.

스페인은 7년 이상 차량을 탄 소유자가 전기차를 구매하면 4000~5000유로를 지원합니다. 트럭이나 벤(VAN) 차량의 경우 4400~6000유로를 보조합니다.

이탈리아는 km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70g 미만인 친환경 차량이 5만 달러 이하일 경우 최대 6000유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국 배터리 3사가 유럽시장 절반 공급

유럽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전기차 배터리 공급 문제는 유럽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입니다. 유럽배터리연합은 2025년까지 연간 200기가와트(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전망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못 좇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때문에 한국이나 중국의 배터리 사들이 유럽에서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전망입니다.

JP모간에 따르면 2025년까지 유럽 배터리 시장의 약 25%는 노스볼트 등 유럽 업체들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한국의 배터리 3개사(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의 점유율은 약 48%로 가장 높을 전망입니다. 중국의 CATL과 SVOLT는 약 22%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전망입니다.

◆급격히 커지는 중국 전기차 시장

중국은 전기차 밸류체인이 급격히 커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인 친환경성과 자율주행, 연결성을 충분히 따라갈만한 기술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올해 베이징 오토쇼가 상징적이었습니다.

이 오토쇼에서만 160대의 신에너지차량(NEV)이 선보였습니다. NEV는 BEV, PHEV 등을 포함한 친환경 차량들을 일컫습니다. 대부분의 전기차들은 4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일부는 700~800km의 긴 긴 주행거리를 갖고 있었는데 JP모간은 이에 주목했습니다.

레베카 웬(Rebecca Wen) JP모간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주행거리 500km 이하 차량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새로운 차량들 중 상당수의 주행거리가 보조금 기준을 넘어선 것을 보아 시장은 정부 정책 중심이 아닌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JP모간은 중국의 NEV 시장이 향후 연평균 20~30%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나 경제회복기에 접어드는데다가 정책적 지원까지 겹친 영향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JP모간은 이런 변화는 테슬라의 중국 시장 진출이 영향을 줬다고 짚었습니다. 테슬라의 진출 후 중국 전기차 시장의 두가지 구조적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우선 전기차 수요층이 기존 택시 등 기업 고객에서 일반 소비자로 확대했습니다. 두번째는 주요 전기차 업체와 배터리 공급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테슬라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점입니다. 이는 규모의 경제를 일으키는 요인입니다. 다만 테슬라가 중국 NEV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건 다른 업체들을 어렵게 하는 요인은 아니라고 JP모간은 지적했습니다. "물이 뜨면 모든 보트는 뜬다"는 논리입니다. 오히려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후발주자로서 빠르게 치고 올라온 것처럼 중국 전기차업체들도 자체 브랜드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지켜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