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판매 대박 낸 나이키…'AR 메이크업' 히트 친 에스티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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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신 기업이 '코로나 승자' (1)“코로나19 사태로 기업 업무 방식과 학교 수업, 의료 등 사회 각 영역에 변화가 생겼다. 원래 2년 이상이 걸렸을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지난 2개월 만에 이뤄졌다.”
'전환 속도'가 생존 결정
자체 온라인몰 집중한 나이키
고객 데이터 활용 맞춤상품 강화
1분기 온라인 매출 83% 급증
■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5월 20일 ‘빌드 2020’ 기조연설.“온라인 매출이 나이키를 살렸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올해 6~8월(나이키 기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 9월 미국 월가의 증권 전문가들은 혀를 내둘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소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17억7000만달러(약 1조9700억원)의 분기 영업이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주당순이익(EPS)은 95센트로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예측치 평균)를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온라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급증하면서 오프라인 채널의 손실을 메운 것이 ‘깜짝 실적’의 배경이었다.
코로나 시대의 승자들
코로나19의 여파에도 꿋꿋이 이익을 내는 기업들이 있다. 나이키 에스티로더 등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성공 요인은 남보다 앞선 ‘디지털 전환’이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일찌감치 파악해 제품 차별화에 성공했다. 선제적으로 온라인 유통채널에 공을 들인 것도 공통점으로 꼽힌다.나이키는 2017년 뉴욕, 런던, 상하이 등 세계 12개 거점도시에 초대형 직영점을 내며 현지 유통업체 의존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에 ‘납품 중단’을 선언했다.
나이키가 매출 감소를 무릅쓰면서 ‘외톨이’를 자처한 배경엔 ‘데이터’가 있다. 데이터는 디지털 전환의 핵심이다. 뛰어난 분석기술을 갖추고 있더라도 데이터가 부족하면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주요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데이터를 보유한 스타트업을 비싼 가격에 사들이고 있는 이유다.나이키는 자체 온·오프라인 몰에 집중하면서 소비자 관련 데이터가 축적되는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고 설명한다.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 등 서비스 앱도 데이터 확보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회원들에게 트레이닝 비디오와 운동용 음악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전략이 주효했다.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트레이닝 비디오의 종류 등을 분석해 집중할 제품군을 선별할 수 있었다. 올해 히트 상품인 ‘여성 요가복’ 라인도 치밀한 데이터 분석의 결과물이다. 직영점 운영도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유통 단계가 줄어들면서 절감한 비용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R로 가상 메이크업 체험
에스티로더는 발 빠르게 디지털 기업으로 변신한 화장품 기업이다. 이 회사의 3분기(7~9월) 영업이익은 7억1000만달러(약 7900억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줄었지만 시장 컨센서스를 52%가량 웃돌았다. 비결은 탄탄한 온라인 채널이다. 이 회사의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늘었다. 직영몰 매출 증가폭은 이보다 큰 60%에 이른다.에스티로더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첨단 IT까지 총동원했다.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가상 메이크업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원하는 화장품을 고른 뒤 스마트폰 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을 비추면 화장 후의 모습을 미리 볼 수 있다. ‘화장품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발라보고 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졌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시작한 가상 메이크업 서비스 이용자는 최근 100만 명을 넘어섰다.에스티로더가 인플루언서들을 동원한 라이브 스트리밍 판매를 확대한 것도 실적 선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청자들이 제품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라이브 스트리밍의 강점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디지털 우선 세계’를 5년 정도 앞당겼다고 분석한다. 코로나19가 백신 등의 출시로 진정되더라도 디지털 전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세계적인 팬데믹 속에서 혁신에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디지털 전환은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됐다. 디지털 전환의 효과가 실적으로 속속 증명되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미룰 이유도 사라졌다.
바빠진 기업들의 움직임은 미국 주요 IT 기업의 실적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디지털 전환에 나서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데이터를 보관·가공하는 데 필요한 클라우드 관련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 IT 기업이 3분기 중 올린 퍼블릭 클라우드 관련 매출은 △아마존 116억달러(약 12조9000억원) △마이크로소프트 59억달러(약 6조6000억원) △구글 29억달러(약 3조2000억원) 등에 달한다.국내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네이버 3분기 실적 중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6.2% 증가한 763억원에 달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2143억달러(약 238조원)였던 글로벌 클라우드(퍼블릭 클라우드 기준) 시장은 2022년까지 3312억달러(약 368조원)로 증가할 전망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