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찍고 기내식 칼질…'무착륙 쇼핑·관광비행'이 뜬다

정부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1년 한시허용 [이슈+]

▽600달러 면세혜택에 면세·항공사 '반색'
▽6개 항공사 준비…쇼핑 관광비행 활성화 기대
이른바 '쇼핑 관광비행'의 길이 열렸다. 정부가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도입을 추진하고 이용자에게 격리 조치 면제와 일반 해외여행자와 같은 수준의 면세 혜택을 주기로 한 결과다. 19일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고사 위기에 처한 면세업계와 항공업계에는 관련 수요 활성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면세쇼핑 가능한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1년 허용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금융, 의료, 교육 등 8대 비대면 유망 분야에 대해 내년에 1조6000억원을 투자해 과감하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항공 등 피해업계를 지원하고 소비 분위기 확산을 위해 코로나19 사태로 등장한 새 관광형태인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도입을 추진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무착륙 국제관광비행과 관련, "타국 입·출국이 없는 국제선 운항을 1년간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또한 탑승자에 대해 철저한 검역·방역관리 아래 입국 후 격리조치와 진단검사를 면제하고 일반 해외 여행자와 같은 수준의 면세혜택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이용자도 기본 600달러에 술 1병(1L·400달러 이내), 담배 200개비, 향수 60mL까지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정부는 대신 검역과 방역 강화를 위해 사전 온라인 발권과 단체수속, 탑승·하기 게이트 '거리두기' 배치, 리무진 버스 이용 제한 등의 조치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항공사별 무착륙 관광비행 상품이 조속히 출시되도록 관계부처, 업계 간 긴밀한 협의를 거쳐 이번 달까지 준비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면세·항공업계, 내국인 '반색'…여행업계는 "한계"

제주하공 관광비행을 대상으로 진행된아카펠라단의 플래시몹 공연.사진=연합뉴스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에 면세 혜택이 부여된다는 소식에 항공·면세업계에는 기대감이 돌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6개 항공사가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얼어붙은 내국인 면세점 이용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내국인 면세점 이용객수는 35만8854명으로 지난해 9월의 6분의 1(16.6%) 수준에 그친 상황이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실상 내국인 해외여행객과 면세점 이용객이 끊긴 상황에서 관광비행이 (면세업계에) 새로운 활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해외여행객과 같은 수준의 면세 혜택으로 내국인 이용객이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면세점 관계자도 "이색 관광과 함께 면세 쇼핑을 즐길 수 있어 관광객의 호응이 나타날 전망이고, 인천공항 내 면세점을 이용 가능할 경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공항 면세점의 활성화 효과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사진=연합뉴스
항공업계에서도 일부 기내면세점 이용과 관광비행 상품 활성화로 수익성 개선 여지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저비용항공사(LCC)가 기내 면세점을 직접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면세 매출에 대한 기대는 적다"면서도 "면세 쇼핑으로 관광비행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행업계 일각에서는 관광비행 상품의 활성화를 기대하면서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한 여행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진행한 관광상품을 들여다보면 여행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높지 않은 상품"이라며 "'쇼핑관광' 측면에서는 활성화될 수 있겠지만 여행업계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상황 개선 만이 활로가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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