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형보다 잘생겼네"…기아차 RV 판매, 현대차 제쳤다

정의선 '디자인 경영' 빛 발했다 [이슈+]

∇ 기아차, 올해 국내 RV 시장서 1위로 우뚝
∇ 디자인 역량 강화 통했다는 평가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사진 = 한국경제신문 DB
올해 국내 레저용 차량(RV) 시장에서 기아차가 현대차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프레임과 파워트레인 등을 현대차와 공유하지만 디자인 차별화에 성공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기아차의 RV 누적 신차 등록대수는 21만5103대로 현대차 등록대수 17만51대를 훌쩍 넘겼다. 격차가 4만대 이상 벌어진 만큼 큰 이변이 없다면 올해 국내 RV 시장에서는 기아차가 승기를 거둘 전망이다. 기아차는 RV 라인업으로 카니발, 모하비, 쏘렌토, 스포티지, 셀토스, 스토닉, 니로, 쏘울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 역시 팰리세이드, 싼타페, 넥쏘, 투싼, 코나, 베뉴 등을 판매하고 있다. 두 회사는 같은 차급에서 적지 않은 부품을 함께 사용하고 있어 실질적인 성능 차이가 크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기아차 쏘렌토(좌)·현대차 싼타페(우). 사진 = 현대·기아차
양사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기아차 쏘렌토와 현대차 싼타페는 가솔린 모델에 모두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2.5 터보' 엔진과 '스마트스트림 습식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를 맞물려 최고출력 281마력, 최대 토크 43kg·m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주행상황에 맞춰 연료를 효율적으로 분사하는 '듀얼 퓨얼 인젝션' 시스템도 공통적으로 적용됐다.

두 차량은 디젤 모델에서도 '스마트스트림 디젤 2.2' 엔진과 스마트스트림 습식 8단 DCT을 적용해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 토크 45.0kgf·m의 동력 성능을 확보했다. 플랫폼을 공유하기에 크기도 엇비슷하다. 범퍼 등 디자인이 다른 탓에 전장에서 25mm 차이가 있지만, 실내 공간을 가늠하는 축간거리는 5mm 차이에 불과했다. 전폭은 동일하고 전고 차이도 10mm 수준에 그쳤다.

가격도 비슷하다. 쏘렌토 2.5 가솔린 터보는 엔트리급 모델 기준 2925만원, 싼타페도 같은 기준에서 2975만원이었다. 하지만 판매량에서는 무시하기 어려운 차이가 났다. 10월까지 쏘렌토는 6만9883대가 팔렸고 싼타페는 4만7103대가 팔리는 수준에 그쳤다.
기아차 스포티지(좌)·현대차 투싼(우). 사진 = 현대·기아차
준중형 SUV 시장에서는 최근 완전변경(풀체인지)을 거친 현대차 투싼이 2만1707대를 기록하며 기아차 스포티지(1만5100대)를 앞섰지만, SUV 가운데 가장 치열한 소형 SUV 시장에서도 기아차가 보다 우세했다. 기아차 셀토스, 스토닉, 니로, 쏘울 판매량은 총 6만6166대에 달했지만, 현대차 코나와 베뉴 판매량은 4만3037대로 비교적 저조했다.특히 하반기 출시된 기아차의 미니밴 카니발은 새로워진 디자인이 호평을 받으며 10월 1만2093대가 팔리며 9월 1만130대에 이어 역대 최다 월간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 '베스트셀링카' 경쟁에서도 현대차 그랜저를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기아차 텔루라이드는 '2020 세계 올해의 자동차', '2020 북미 올해의 차' 등의 영예를 안았다. 사진=기아차
미국에서도 기아차의 고공행진은 현재진행형이다. 기아차는 지난 10월 미국에서 5만6094대를 판매해 10월 기준 월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2월 출시된 텔루라이드는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스테디셀러로 거듭나고 있다. 10월에만 9697대가 판매됐는데, 지난 1년 9개월간 누적 판매량은 11만5000여대에 달한다. '2020 세계 올해의 자동차', '2020 북미 올해의 차' 등 그간 받은 상만 70개가 넘는다.

기아차의 이러한 상승세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사장 시절부터 갈고 닦아 온 디자인 경쟁력 덕분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정의선 회장은 2005년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이후 '디자인 경영'을 강조해왔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평가받는 피터 슈라이어를 직접 영입해 기아차 고유의 패밀리룩을 만들어냈고, 이후에도 인피니티 수석 디자인 총괄 출신 카림 하비브, BMW 출신 강원규 디자이너 등 외부 인재를 수혈했다.업계 관계자는 "실용적이지만 투박하다는 평가를 받던 기아차가 'K 시리즈'로 호랑이 코 패밀리룩을 정립하고 도약한 지 10년이 지났다"며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디자인에 집중한 정 회장의 노력이 지금의 기아차를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평가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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