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노조파괴 관여' 현대차 임직원들 2심도 집행유예

검찰·피고인 4명 항소 모두 기각…징역 6월∼1년에 집유 2년 원심 유지
원청 대기업 임직원이 하청 노조 활동 개입했다 처벌받기는 처음
하청업체 노조 활동에 관여한 혐의로 원청 대기업 관계자 중 사상 처음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을 받은 현대자동차 임직원들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았다. 대전지법 형사항소2부(남동희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A씨 등 현대차 임직원 4명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동조합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검사와 피고인들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징역 6월∼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이 그대로 유지됐다.

현대차 구동부품개발실 소속이던 A씨 등은 2011년 7월 직장폐쇄 등 노사 관계가 악화일로에 있던 하청업체 유성기업에 사측 친화적인 제2노조가 설립되자 그해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유성기업 사측으로부터 노조 운영 상황을 수시로 보고 받으며 직원들의 제2노조 가입을 사실상 사측에 종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부하 직원들에게 "날짜별 목표를 줬는데도 제2노조 가입 인원이 늘지 않는 이유가 뭔지 강하게 전달하라"는 지시도 내리며 노조 파괴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소 당시 검찰은 현대차 직원들이 유성기업 관계자와 노조 무력화 전문 노무법인으로 알려진 창조컨설팅 관계자를 불러 관련 회의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천안지원 홍성욱 판사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6월∼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일부 피고인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피고인들은 그 반대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피고인들은 '신분범인 유성기업 관계자와는 달리 범죄 구성요건을 갖추지 못한 비(非) 신분범인 만큼 범죄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볼 이유가 없다'고도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며 "피고인들은 유성기업 임직원과 공모해 이번 사건 범행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원청 대기업 임직원이 하청 노조 활동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처벌받은 것은 이 사건이 처음이다.

판결 직후 법정 밖에서는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A씨 이름을 부르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A씨 등은 별다른 반응 없이 법원 청사를 빠르게 빠져나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