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릭스미스의 엔젠시스 美 임상 3상, 어떻게 달라졌나

헬릭스미스가 유전자 치료제로 개발 중인 엔젠시스(VM202)의 두 번째 미국 임상 3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임상 3상 과정에서 제기됐던 약물 혼용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고 정확한 임상 관리가 가능하도록 새 안전장치들을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헬릭스미스는 당뇨병성 신경병증(DPN)의 2차 치료제로 개발 중인 엔젠시스의 미국 임상 3-2상에 대해 첫 투약을 실시했다고 19일 발표했다. 임상시험센터는 모두 15곳이다. 지난달 말 기준 이 중 14곳에서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았다. 이 가운데 11곳에선 연구개시방문(SIV)을 완료했다. SIV는 임상 시작에 앞서 임상에 참여하는 약사, 실험실 기술자, 시험자 등을 비롯한 직원들에게 임상 관련 직무를 교육하는 절차다. 헬릭스미스는 내년 상반기 내에 전체 참여 환자 중 50%의 등록을 마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회사는 지난해 임상 3상에서 쓴맛을 봤다. 지난해 9월 임상 3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짜약(위약)을 투여 받는 환자군 일부 에서 엔젠시스가 검출됐다. 5개월 간 이 임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헬릭스미스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측에서 기술자의 실수로 혈액 샘플이 뒤바뀐 것으로 결론 내렸다. CRO의 과실로 드러났지만 해당 임상의 최종 책임자는 임상시험 위탁을 맡긴 헬릭스미스인 만큼 회사 측도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이번 임상에선 환자 모집 대상이 수정됐다. 프리가발린, 가바펜틴 등 가바펜티노이드 계열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DPN 환자 152명이 시험 대상이다. 앞서 진행됐던 임상 3-1상에선 DPN 1차 치료제로 사용 가능한 가바펜티노이드 계열 약물 복용자가 따로 제외되지 않았다. 임상 3-1상 참여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가바펜티노이드 계열 약물 미복용 환자들에게서 엔젠시스의 효과가 훨씬 컸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CRO도 싹 바꿨다. 기존 CRO를 PRA헬스사이언스로 교체했다. PRA헬스사이언스는 80여개국에 1만6000명의 인력을 보유 중인 미국 나스닥 상장사다. 임상 참여 의향이 있었던 CRO 11곳에 대해 100여개 평가 항목을 정량 평가한 결과 최종 선정된 업체다. 2차 CRO 기관도 선정했다. 이전 임상에선 CRO 한 곳에 관리를 일임하는 형태였다면 이번엔 통증 모니터링 및 데이터 관리만 전담하는 별도 CRO를 따로 뒀다. 임상 참여 환자와 직원들에 대한 교육도 강화했다. 교육 프로그램의 종류를 늘리고 온라인을 통해 일주일간 교육을 받은 뒤에 환자와 직원들이 임상에 참가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정확한 통증 기록과 위약 효과 방지를 위한 교육으로 내용을 구성했다”며 “임상 참여 희망자를 위한 홈페이지를 따로 마련해 해당 임상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환자 선별 과정에서 암 등 다른 질환 유무도 함께 확인해 약물 혼용 우려를 최소화하겠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모니터링 시스템은 수기에서 전자 방식으로 개선했다. 정확한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선 투여 후 정해진 시간마다 통증 등 임상 관련 지표들을 꾸준히 기록해야 한다. 헬릭스미스는 기록용 스마트기기를 환자에게 지급해 기록을 제때 하지 못하는 참여자들은 걸러낼 수 있도록 했다.

세 번째 임상 3상도 앞두고 있다. 지난 9월 이 회사는 DPN을 대상으로 한 임상 3-3상 프로토콜을 제출한 상태다. 복수의 3상 임상 결과를 권고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추가 임상이다. 추적 관찰기간이 임상 3-2상 6개월보다 두 배 긴 1년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