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5호기 원자로헤드 부실 공사 '땜질'…셀프조사후 "문제없다"
입력
수정
균열 관통관만 재시공, 부실 조사 후 가동…촬영 영상 없어 추가 확인도 어려워
원안위 등 규제 기관 관리·감독 허술…작업자들은 쉬쉬 가동 준비 중 불시 정지한 한빛원전 5호기의 원자로 헤드 부실 공사 의혹이 결국 뒤늦게 사실로 밝혀졌다. 당초 '셀프 조사'를 벌인 원전 당국은 원자로 헤드 관통관 84개 중 1개 이외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나 부실 공사와 조사가 이뤄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부실 공사 문제는 이미 계획예방정비가 시작된 4월부터 불거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로 헤드 관통관의 기존 인코넬 600 재질이 고온·고압에서 부식과 균열에 취약한 것을 확인하고 이런 단점을 보완한 인코넬 690 재질로 관통관을 보강·용접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비가 시작되고 지난 5월 6일 관통관 1개(49번)에서 미세 균열이 발생해 냉각재인 붕산이 누설됐다.
이에 한수원은 미세 균열을 인코넬 690 재질로 표면을 덧씌워 용접하기로 했다.
용접 중 지난 7월에는 작업자 실수로 관통관 1개(69번)의 용접이 인코넬 690이 아닌 스테인리스 재질로 잘못 시공된 사실이 확인됐다. 한수원은 잘못 시공된 용접 부위를 제거하고 인코넬 690으로 재용접한 뒤 모든 관통관을 조사해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이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지난달 6일 가동 준비에 착수했다가 20일 만인 26일 새롭게 교체한 증기발생기에 문제가 발생해 불시 정지했다.
정지 중 원자로 헤드 부실 공사 의혹이 제기돼 한수원은 가동을 완전히 중단하고 규제 기관인 원안위·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과 전면 조사해 부실 공사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그러나 문제는 부실 공사된 관통관 3개 이외에도 25개는 작업 현장이 촬영된 영상 상태가 불량하거나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아 확인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한수원은 기존 조사에서 이 영상을 모두 확인했다고 했지만, 원안위 조사 결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한수원, 원안위, KINS 등 모든 원전 당국은 뒤늦은 조사에 들어가기 전까지 촬영 영상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수원은 방대한 분량의 영상을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규제 기관에 '문제없음'으로 보고했고 규제 기관도 한수원의 발표를 그대로 믿고 가동을 승인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작업자들은 잘못 시공된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공사 기간을 맞추려 은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문제를 전혀 알지 못한 원전 당국은 언론 보도와 지역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뒤늦게 '제대로' 조사해 문제를 밝혀냈다. '부실 공사'를 알지도 못한 채 원전이 그대로 가동됐다면 어떤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불시 정지'라는 사고로 원전이 멈춰 선 것이 '전화위복'이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원자로 헤드는 원자로를 담고 있는 '용기'이고, 관통관은 원자로를 제어하는 제어봉의 통로가 되는 안전 1등급 시설이다.
만약 한빛 5호기가 그대로 가동했더라면 잘못 용접된 부위에 균열이 발생하고 이어 관통관에도 문제가 발생해 원자로를 제어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가정도 해볼 수 있다. 한빛원자력안전협의회 장영진 위원장은 "문제가 발생한 것은 문제의 당사자(한수원)들이 셀프 검증했기 때문이다"며 "한수원은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결국 진실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원안위 등 규제 기관 관리·감독 허술…작업자들은 쉬쉬 가동 준비 중 불시 정지한 한빛원전 5호기의 원자로 헤드 부실 공사 의혹이 결국 뒤늦게 사실로 밝혀졌다. 당초 '셀프 조사'를 벌인 원전 당국은 원자로 헤드 관통관 84개 중 1개 이외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나 부실 공사와 조사가 이뤄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부실 공사 문제는 이미 계획예방정비가 시작된 4월부터 불거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로 헤드 관통관의 기존 인코넬 600 재질이 고온·고압에서 부식과 균열에 취약한 것을 확인하고 이런 단점을 보완한 인코넬 690 재질로 관통관을 보강·용접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비가 시작되고 지난 5월 6일 관통관 1개(49번)에서 미세 균열이 발생해 냉각재인 붕산이 누설됐다.
이에 한수원은 미세 균열을 인코넬 690 재질로 표면을 덧씌워 용접하기로 했다.
용접 중 지난 7월에는 작업자 실수로 관통관 1개(69번)의 용접이 인코넬 690이 아닌 스테인리스 재질로 잘못 시공된 사실이 확인됐다. 한수원은 잘못 시공된 용접 부위를 제거하고 인코넬 690으로 재용접한 뒤 모든 관통관을 조사해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이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지난달 6일 가동 준비에 착수했다가 20일 만인 26일 새롭게 교체한 증기발생기에 문제가 발생해 불시 정지했다.
정지 중 원자로 헤드 부실 공사 의혹이 제기돼 한수원은 가동을 완전히 중단하고 규제 기관인 원안위·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과 전면 조사해 부실 공사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그러나 문제는 부실 공사된 관통관 3개 이외에도 25개는 작업 현장이 촬영된 영상 상태가 불량하거나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아 확인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한수원은 기존 조사에서 이 영상을 모두 확인했다고 했지만, 원안위 조사 결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한수원, 원안위, KINS 등 모든 원전 당국은 뒤늦은 조사에 들어가기 전까지 촬영 영상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수원은 방대한 분량의 영상을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규제 기관에 '문제없음'으로 보고했고 규제 기관도 한수원의 발표를 그대로 믿고 가동을 승인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작업자들은 잘못 시공된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공사 기간을 맞추려 은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문제를 전혀 알지 못한 원전 당국은 언론 보도와 지역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뒤늦게 '제대로' 조사해 문제를 밝혀냈다. '부실 공사'를 알지도 못한 채 원전이 그대로 가동됐다면 어떤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불시 정지'라는 사고로 원전이 멈춰 선 것이 '전화위복'이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원자로 헤드는 원자로를 담고 있는 '용기'이고, 관통관은 원자로를 제어하는 제어봉의 통로가 되는 안전 1등급 시설이다.
만약 한빛 5호기가 그대로 가동했더라면 잘못 용접된 부위에 균열이 발생하고 이어 관통관에도 문제가 발생해 원자로를 제어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가정도 해볼 수 있다. 한빛원자력안전협의회 장영진 위원장은 "문제가 발생한 것은 문제의 당사자(한수원)들이 셀프 검증했기 때문이다"며 "한수원은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결국 진실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