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순위 알고리즘' 100% 신뢰 못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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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인간에겐 강한 경쟁 심리가 내재돼 있다. 누가 부유한지, 영리한지, 강한지 알고 싶어 한다. 일상의 많은 부분이 ‘객관적’ 기준이 되고 서열화된다.
피터 에르디 지음 / 김동규 옮김
라이팅하우스 / 364쪽│1만7500원
피터 에르디 미국 칼라마주대 특임교수는 신간 《랭킹》에서 “우리가 객관적이라 믿는 것은 그저 환상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주관적인 범주에 따라 산출된 것이 많다.《랭킹》은 일상을 지배하는 ‘순위 매기기’에 숨은 이면을 살펴보고,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이 사회적 게임을 활용해 만든 알고리즘의 실체를 분석한다. 우리가 믿는 각종 지표에는 객관성과 주관성이 뒤섞여 있다.
US뉴스 월드리포트가 매년 발표하는 대학 순위엔 한때 교수 대 학생의 비율을 평가하는 ‘19명 미만의 강좌 수’라는 기준이 있었다. 그러자 일부 대학에선 강좌의 등록 정원을 19명으로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는 US뉴스가 상식에 준해 설정한 주관적인 기준일 뿐이었다. 정원이 20명 이상일 때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는 근거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사회적 게임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을 하는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기업들이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가 매일 소비하고 생산하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이용해 다양한 순위 목록을 만든다.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넷플릭스의 추천 리스트들이 대표적이다. 이 순위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둔다. 여기엔 인간의 주관이 개입된다. 저자는 “인간은 타인의 선택에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일단 순위가 공개되면 이는 즉각적인 새로운 순위를 만들어낸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사회와 기업이 만든 순위를 신뢰하되 조심하라”고 강조한다. 그는 주장한다. “사회적 순위는 공동체의 의사결정과 선택의 결과로 출현한 것임을 인정하고 신뢰하라. 하지만 순위가 매겨지는 규칙을 이해하고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감시와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