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천국' 만들겠다는 노조법…기업 "대체근로라도 허용을" 호소

경총, 국회에 건의서 제출

당정, 노조법 개정안 강행
해고자도 노조 가입 가능
파업 무기로 더 큰 요구 가능성
노조전임자 급여도 지급해야

韓 근로손실, 미국의 8배
재계 "노사 관계 불균형 심화
기업 대항권도 강화해야"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는커녕 2019년도 임금·단체협상도 아직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해고자 복직 문제를 두고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은 과거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동료를 폭행하거나, 기물을 파손해 생산을 방해한 이유로 해고된 4명을 복직시켜 달라고 요구하며 올해 들어서만 17차례 파업을 벌였다. 회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방침이다.

정부·여당이 강행하고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대중공업 해고자들은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일하지 않고도 회사에서 월급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한 제조업체 노사관계 담당 임원은 “해고자가 노조에 가입해 파업을 무기로 더 큰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친노조로 한 발 더 가는 당정

정부가 지난 6월 발의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노조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서다. ‘결사의 자유 보장’ 등을 담은 핵심협약의 비준이 이뤄지면 해고자 노조 가입 등을 금지한 기존 노조법과 충돌하기 때문에 법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노조법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제계는 그러나 노조법이 개정되면 가뜩이나 힘이 센 노조에 더 큰 무기를 쥐여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해고자 등의 노조 가입이 허용되면 이들은 아무 제한 없이 단체교섭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며 “노조로 기울어진 노사관계 불균형을 심화시켜 산업과 기업 경쟁력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정부안은 회사가 노조전임자에게 급여 지급을 금지하는 규정도 삭제했다. 회사 일은 하지 않고 노조 업무만 하는 노조전임자 월급도 회사가 지급하라는 것이다. 경총은 “회사가 노조전임자 월급을 주는 곳은 전 세계적으로 찾기 어렵다”며 “노조전임자는 근로를 전혀 하지 않는 만큼 노조가 스스로 이들에 대한 급여를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노조 파업 때 사업자 점거 막아야

정부·여당이 노조법 개정을 강행한다면 회사의 대항권도 함께 높여야 한다는 게 경제계 요구다. 우선 노조 파업에 대응해 대체근로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파업할 때마다 막대한 생산 차질이 빚어지는 만큼 회사가 다른 근로자를 고용해 생산을 계속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경총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 1000명당 근로손실일수는 2010~2017년 연평균 약 43일에 달한다. 미국(5.2일), 일본(0.2일) 등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미국, 일본 등은 우리와 달리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계는 노조가 파업할 때 사업장을 점거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현행 노조법은 ‘생산 기타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에 대한 점거를 금지하고 있지만, ‘주요 업무시설’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 노조가 파업을 하면서 사업장을 점거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한 완성차업체 노무담당자는 “사업장 점거로 생산 활동 자체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며 “노조가 합법 점거라고 주장하면서 회사의 퇴거 요청을 거부하면 법원 판결을 받을 때까지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G5 국가와 비교해 노동시장 규제는 엄격하고, 노동비용 부담은 더 높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노동시장 경직성은 일자리 창출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김일규/도병욱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