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소송 패소' 건보공단 이사장 "결과 충격적…항소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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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이 6년을 끈 500억원대 '담배 소송' 1심에서 졌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판결"이라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소송은 건보공단이 "흡연 피해로 입은 손실을 물어내라"며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 담배 제조사들을 상대로 2014년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다. 2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홍기찬 부장판사)는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담배 제조사의 손을 들어줬다. 개개인의 생활습관과 유전, 스트레스 등 요인도 질병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흡연과 폐암의 인과 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공단의 진료비 지출은 보험 관계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는 것에 불과해 손해배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도 있었다. 김 이사장은 판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담배의 명백한 피해에 대해 법률적인 인정을 받으려는 노력을 했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며 "대단히 충격적이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간 흡연자 개인이 소송을 제기해 패소한 일은 있었지만 공공기관이 담배 소송을 건 것은 처음이다. 건보공단은 3000여명의 환자 분석 결과 등 흡연과 폐암의 인과 관계를 입증하는 방대한 자료를 제출했고, 담배 제조사도 담배의 유해성은 인정하고 있어 "이번엔 좋은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가 많았다. 김 이사장이 패소를 '충격적'이라고 말한 이유다.
김 이사장은 패소 이유에 대해 "사회적으로 담배의 피해를 인정하려는 분위기가 덜 형성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 사회적 인식을 더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항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법적 싸움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건보공단을 대리한 정미화 변호사도 "영미법계 국가들은 물론 (한국처럼) 대륙법을 따르는 나라에서도 흡연 피해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또 패소해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의 서홍관 회장 역시 "사법부가 국민의 생명을 앗아가고 의료비를 증가시킨 책임을 물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에서는 담배회사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데 한국 사법부가 생각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이번 소송은 건보공단이 "흡연 피해로 입은 손실을 물어내라"며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 담배 제조사들을 상대로 2014년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다. 2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홍기찬 부장판사)는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담배 제조사의 손을 들어줬다. 개개인의 생활습관과 유전, 스트레스 등 요인도 질병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흡연과 폐암의 인과 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공단의 진료비 지출은 보험 관계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는 것에 불과해 손해배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도 있었다. 김 이사장은 판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담배의 명백한 피해에 대해 법률적인 인정을 받으려는 노력을 했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며 "대단히 충격적이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간 흡연자 개인이 소송을 제기해 패소한 일은 있었지만 공공기관이 담배 소송을 건 것은 처음이다. 건보공단은 3000여명의 환자 분석 결과 등 흡연과 폐암의 인과 관계를 입증하는 방대한 자료를 제출했고, 담배 제조사도 담배의 유해성은 인정하고 있어 "이번엔 좋은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가 많았다. 김 이사장이 패소를 '충격적'이라고 말한 이유다.
김 이사장은 패소 이유에 대해 "사회적으로 담배의 피해를 인정하려는 분위기가 덜 형성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 사회적 인식을 더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항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법적 싸움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건보공단을 대리한 정미화 변호사도 "영미법계 국가들은 물론 (한국처럼) 대륙법을 따르는 나라에서도 흡연 피해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또 패소해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의 서홍관 회장 역시 "사법부가 국민의 생명을 앗아가고 의료비를 증가시킨 책임을 물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에서는 담배회사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데 한국 사법부가 생각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