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 올랐던 부산 삼익비치, 규제 묶이자 3000만원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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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구 삼익비치 매물 늘고 호가 떨어져“며칠 만에 급매 물량이 갑자기 늘었는데 집을 찾는 수요자들은 없습니다. 시장 분위기를 살피려는 집주인들의 문의만 쏟아지고 있습니다.” (부산 수영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
규제 지정 피한 울산 남구·창원 의창구, 호가 급등
대구 수성구, 규제 지정에도 '무덤덤'
부산 수영구 남천구 삼익비치 아파트는 최근 일주일 새 65건의 매매 매물이 나왔다. 온라인상에 등재하지 않은 물건을 포함하면 매물 건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같은 기간 이 단지의 매매 물건이 ‘0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간 매도 희망자가 급격히 늘었다.
부산 관망세…호가는 3000만원가량 내려
‘규제 풍선효과'로 단기간에 집값이 급등한 부산 해운대·수영·동래·연제·남구가 20일 조정대상지역이 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관망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이날 부산 수영구 Y중개업소 관계자는 “일주일 전부터 부산 일부 지역들이 규제지역에 포함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급매가 늘기 시작했다”면서도 “아직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기는 하나 호가를 많이 낮추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으며 매수자도 앞으로 집값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하려는 모습”이라고 전했다.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원 이하 구간은 50%, 9억원 초과분은 30%로 제한되는 등 각종 규제를 받게 된다. 주택을 구입하면 자금조달계획서를 내고 어떤 돈으로 집을 사는지도 밝혀야한다. 이번에 지저된 지역 중 '해·수·동'으로 불리던 해운대·수영·동래구는 지난해 11월 조정대상지역 지정 해제 후 1년 만에 재차 규제 지역으로 묶이게 됐다. 이 지역들은 1년 전만 해도 지역 주택 거래시장이 얼어붙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했다고 평가받던 곳이었다. 그러나 올들어 주요 지역 재건축 예정 단지와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 131㎡는 이달 20억7000만원(5층)에 거래됐다. 1년 전 실거래가보다 11억원 이상 오른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실거래는 9억원(2층)이었다.다만 최근 들어 호가가 약간 내려간 상태다. 이 단지 84㎡는 이달 15억2700만원(9층)에 실거래신고를 했으나 최근 매물은 기존 호가 대비 3000만원 이상 낮춘 14억원 후반대에도 나와있다. 이 단지를 주로 중개하는 U중개업소 관계자는 “빨리 매수하는 분에게는 집주인이 호가를 더 낮춰 팔 생각도 있다고 했다”며 “이달 초 고점을 찍은 가격이 며칠 새 주춤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최근 가격이 많이 뛰었던 해운대 신축 아파트값 또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8년차 아파트인 해운대자이 1단지 전용 84㎡ 아파트는 지난 14일 13억3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지난해 9월 5억68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값이 뛰었다. 하지만 최근엔 호가가 1억~2억원 가량 떨어졌다. 해운대구 T공인 관계자는 “그간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인식이 있는데다가 규제까지 들어온다고 하니 수요자들이 망설이는 중”이라고 했다.
해수동을 뺀 나머지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불만은 나오고 있다. 부산 남구에 사는 한 주민은 "이 지역은 해운대나 수영구와 비교해 집값이 크게 오르지도 않았고 매매가 많지도 않은데 규제 지역으로 함께 묶였다"며 "청주 등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집값이 많이 내린 지역의 전철을 밟을까봐 불안하다. 결국 피해는 실거주자들이 더 크게 입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울산·창원 매물 품귀
부산 규제지역 인근에선 벌써부터 풍선효과가 나타날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부산 내 비규제지역 일부나 울산 남구, 창원 의창구 등에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집값 오름폭이 커 규제지역에 편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던 울산 남구나 창원 의창구 등은 이번엔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지역들에는 규제에 묶이기 전에 매수해야한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중이다.울산 남구 I중개업소 관계자는 “오늘 오전 중에도 매수 문의를 하는 전화가 10통이 넘게 왔다”면서 “집주인들은 아직 규제지역이 아니니 더 오를 것 같다며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조정지역 지정을 면한 창원 의창구의 상황도 비슷하다. 의창구 중동 유니시티 1단지 아파트는 이달 초 실거래가에 비해 호가가 2억원 넘게 치솟았다. 이달 초 실거래가는 7억9000만원이었지만 현재 시장에 나온 매물의 호가는 10억원이 넘는다. 이 단지 인근 K공인 대표는 “전날 규제지역 지정을 면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매물이 전부 들어갔다”며 “지금 나와 있는 물건도 팔지 안팔지는 집주인에게 문의해봐야한다. 계속 값이 오르니 매수자가 나타나도 물건을 거두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지난 19일 발표에서 "울산과 천안 및 창원 등 일부 지역은 재개발‧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최근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면서도 "지난해까지 이어진 해당 지역의 가격 하락세를 고려해, 이번에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대구 수성구 시장은 덤덤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대구 수성구도 이번에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됐지만 기존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던 만큼 파급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성구는 이미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어 LTV, DTI 등에 조정대상지역보다 더 강한 규제를 받고 있다. 다만 2주택 이상 보유 시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되고 양도세의 경우 기본 세율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 중과되는 등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수성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수성구는 이미 강도 높은 규제를 받고 있음에도 가격이 오르는 모습을 보여줬던 시장이라 조정대상지역에 추가 지정된다고 해 집값이 쉽게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기존 규제에 비해 취득세나 양도세, 실거주 규제가 더해지는 셈인데, 수성구는 이미 지역 내 자산가들이 실거주를 위해 들어가는 지역으로 수요가 줄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서울 강남권에 아무리 규제를 해도 전입 수요는 넘쳐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