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이 만들면 '게이밍 헤드셋'도 다르다? [배성수의 다다IT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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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L '퀀텀 800' 써보니
BMW,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폴스크바겐 등 굴지의 완성차 업계에 인포테인먼트와 오디오 등을 공급하는 업계 1위 하만은 여러 오디오 브랜드를 산하에 두고 있는데요. AKG, 마크레빈슨 등이 있습니다.중고가 스피커 오디오 등으로 알려진 JBL도 하만의 음향 브랜드 중 하나인데요. 이런 JBL이 최근 흥미로운 제품을 내놨습니다. 삼성전자가 JBL을 통해 올해 사상 처음으로 시장에 프리미엄 게이밍 헤드셋 '퀀텀' 시리즈를 출시한 것입니다.
특히 기존 대부분의 음향 기기 전문 브랜드들은 게이밍 시장 진출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JBL의 게이밍 시장 진출은 꽤나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24만9000원으로 게이밍 헤드셋 제품군 중에서 고가에 속하는 JBL '퀀텀 800'을 열흘가량 써봤습니다.
퀀텀 800은 기존 게이밍 헤드셋에서 보기 어려웠던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으로 차별화를 꾀한 제품입니다. 이른바 '노캔'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음을 없애거나 줄여주는 음향 기술인데요, 외부 소음 파장을 분석해 이와 반대되는 음파를 만들어 소음을 잡는 원리입니다.
그래서 게이밍 헤드셋은 공간 음향을 얼마나 잘 구현하는 지가 관건입니다. 공간 음향이란 일방향으로 송출되는 사운드가 아닌 머리 전체를 감싸주는 입체적인 사운드라고 설명할 수 있겠는데요. 헤드셋의 노캔 효과가 높아질수록 음질은 떨어지기 마련인데 '퀀텀 800'은 공간 음향이 장점입니다.
기본적으로 서라운드 음향을 지원하는 퀀텀 800은 PC용 소프트웨어 '퀀텀 엔진'을 통해 퀀텀시그니처 서라운드/DTS X 2.0/OFF 중 하나를 선택해서 풍부한 공간 음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게임을 해보니 가장 공간 음향이 강한 7.1채널 퀀텀서라운드를 사용하면 적군이 어디서 걸어오는지가 그려질 정도로 공간감이 뛰어나다는 느낌입니다. 다만 음향 자체는 떨어진다는 느낌은 아쉽습니다.퀀텀 엔진을 통해선 공간 음향 뿐만 아니라 퀀텀 800의 전반적인 음향도 개인에 맞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퀄라이저 설정으로 저음과 고음, 중음 부분의 볼륨을 조절해 음향을 맞출 수 있는데요. 단지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 오페라 감상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활동을 즐기기에도 적합하다는 느낌입니다.
디자인은 마이크와 헤드셋이 붙어있는 일체형 구조를 갖췄는데요. 전반적으로 매우 고급스럽다는 느낌입니다. 퀀텀 라이팅이 적용돼 퀀텀 엔진을 통해 커스터마이징된 조명 효과를 즐길 수 있고, 크기도 자유자재로 줄일 수 있어 편리합니다.
다만 한국어 제품 설명서가 동봉돼 있지 않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일부 소비자의 경우 JBL 홈페이지에 있는 퀀텀 엔진을 다운받는 법 자체를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전부터 게이밍 헤드셋을 판매해왔습니다. 다만 삼성 브랜드를 부착한 주문자부착생산(OEM) 방식의 중저가 제품이 대부분이었습니다. JBL을 통한 퀀텀 시리즈 출시는 삼성전자가 앞으로도 프리미엄 게이밍 헤드셋을 국내외 시장에 전략 제품으로 앞세우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최근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출을 자제하는 대신 게임 수요가 늘며 게이밍 모니터, PC, 키보드 등 게이밍 제품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요. 올 들어 게이밍 모니터를 중심으로 게이밍 시장 공략에 적극 진출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JBL을 통한 게이밍 헤드셋 시장에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