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말말말..."AI시대엔 고수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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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1~12일 열린 한경 '글로벌 인재포럼'“TV·세탁기·냉장고는 우리 생활을 좀 더 편리하고 지능적으로 만드는 도구일뿐, 이것과 함게 일한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AI도 그저 잘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면 됩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대 교수)
전문가들이 제시한 'AI와 공존하는 방법'
"AI로 인한 자동화가 진행될수록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전문성을 가진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는 더 많은 보상을 받게 됩니다. 이 때문에 개인은 평생학습을 통한 자기 계발이 더 중요하게 됐습니다."(플레밍 전 IBM 수석이코노미스트)지난 11~12일 한국경제신문,교육부,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공동 주최하는 '글로벌 인재포럼'이 열렸습니다. 올해의 주제는 'AI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이날 유튜브 청취를 못하신 CHO를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말하는 'AI와 공존법'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대 교수 "AI와 함께 일하는 법은 틀린 것이다"
"AI와 일하는 법이 아니라, 사람과 적합하게 일할 AI시스템을 설계, 개발, 배포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사람은 그저 인공지능 기반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USE)하는 법을 알고 배우기만 하면 된다. 우리가 세탁기와 일하는 법, 냉장고와 일하는 법이라고 말하지 않지 않은가? AI도 마찬가지다."
"2000년 SK가 인터넷 중고차 매매 플랫폼 엔카를 출범시키자 서울 마장동, 장안동의 중고차 딜러들은 서울 여의도에서 시위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중고차 딜러 대부분이 엔카를 애용하고 있다. 오히려 엔카는 KB차차차, 보배드림 등 후발주자와의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에서 모빌리티산업 규제가 혁파돼야 하는 이유다. 기존 규제와 제도를 고집하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은 두려움에서 나온다. 자동화와 연결은 일자리와 산업을 만들어왔다." ▶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한 분야의 '고수'가 AI시대 전문가"
“AI 시대 전문가란 AI 전문가가 아니라 한 분야의 ‘고수’를 의미한다. 여기서 고수란 뜻은 축적된 전문가다.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건 축적이 아니라 퇴적이다. 버전1, 버전2, 버전3 등 끊임없이 다듬어가는 ‘스케일업’ 과정 없이는 창의적 아이디어라 해도 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고수의 자리는 단 한 번의 점프로 올라설 수는 없다. 2007~2014년 미국 기업 창업자의 창업 당시 나이는 평균 41.9세지만, 성공한 기업 창업자의 나이는 평균 45세였다. 창업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 40대가 될 때까지 창업하지 않고 뭐 했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자기만의 분야에서 조금씩 스케일업해 온 것이다.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한 것으로 유명한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나이는 52세였다."
"다이슨이 새로운 청소기를 만들 때 5000번 스케일업 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비유적으로 5000번에 걸쳐 계단을 밟아나가고 나중에는 기어서라도 올라가 팔꿈치에 상처가 가득한 사람이 곧 고수다. 만일 지금 직장에서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면 AI에 쉽게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거꾸로 말하면 학력과 상관없이 매번 하는 일이 다르다면 AI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것에 AI시대 생존법이다." ▶강진호 서울대 철학과 교수 "인간이 AI와 다른 점은 성찰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2016년 3월 왜 우리는 알파고에 충격을 받았을까? 이미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는 기계들이 많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보고 우리는 충격을 받지 않는다. 물을 얼리는 냉장고를 보면서 위협을 느끼지 않지 않은가? 인간의 본질적 특징은 이성적 사고능력에 있다. AI는 반성적 능력, 즉 성찰능력이 없다. 성찰능력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인간이 성찰능력을 상실하면 그때부터 AI가 판단하게 된다. 이것이 인간이 끊임없이 성찰해야 하는 이유다."
▶마이클 조던 미국 UC버클리 전기·컴퓨터공학 교수 "융합형 AI교육으로 AI전문가 키워라"
"AI교육과 다른 전공을 융합하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 융합형 AI 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UC버클리 데이터사이언스학과는 1학년 학생들에게 기본적인 컴퓨터 언어와 컴퓨터과학적 사고력에 대해 가르친 뒤 다른 학과 전공 과정과 연결하는 학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수자원 부족 문제, 살인율과 사형제도의 상관관계 등 다양한 문제에 AI를 적용해 해결법을 찾도록 했다. 융합형 AI교육을 하면 '추론적 사고'를 기르게 된다. 데이터 생성 프로세스를 고려하게 되고, 인과적 추론을 수행하는 방법을 알게 될 뿐 아니라, 불확실성에 대한 이해력도 커진다. 즉 핵심은 AI를 통해 현실 문제를 해결하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양승준 하트카운트(HEARTCOUNT) 대표
"기업 입장에서는 일 잘하는 사람을 뽑아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애널리틱스는 궁금한 질문을 풀기 위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일뿐이다. 애널리틱스를 적용하려면 먼저 좋은 질문을 정의하는 게 중요하고, 데이터를 통해 뻔하지 않고 쓸모있는 패턴을 발견해야 한다. 또한, 그 결과를 토대로 조직 내에서 수용할 수 있도록 적절히 가공해 대안을 제시하는 게 사람의 역할이다." ▶이현희 한국IBM 인사부 전무
"직원들의 능력과 기술이 곧 ‘돈’이다. 기업이 직원 경험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직원경험은 직장인이 회사에서 느끼는 모든 것을 뜻한다. 기업 문화와 급여 수준, 사무 환경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직장생활 만족도를 높여야 직원들의 능력이 계발되고, 결국 기업 경쟁력이 강화된다. 잘나가는 글로벌 기업들은 보통 기업보다 네 배가 넘는 금액을 직원 경험에 투자한다"
"한국IBM은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유어 러닝’이라는 교육 플랫폼은 직원들의 기술 수준과 이해력을 고려해 맞춤형 교육 코스를 추천해 준다. 유능한 직원의 이탈을 막는 ‘프로액티브 리텐션 프로그램’(선제적 보상 프로그램)도 있다. AI가 퇴직 가능성이 높은 직원들을 미리 추려내 인사담당 부서에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이들의 급여를 얼마나 올려줘야 하는지도 계산해 준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 "이제 교사는 '큐레이션'돼야 한다"
"100년 전과 똑같은 지금 학교의 모습은 전염병에 취약할 뿐 아니라 교육에도 긍정적이지 않다.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가 온라인 등교를 통해 변화의 기회를 줬다. 고대 제단처럼 교사를 단상에 올려놓고 권위를 부여하는 학교 교육 모델은 효력을 다했다. 교사는 이제 학습을 위한 ‘큐레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 개별 학교와 학급의 규모를 더 잘게 쪼개는 게 맞춤형 교육뿐 아니라 방역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한국은 인재로 먹고살아야 하는 나라인 만큼 온라인 교육을 활용한 새로운 학교 시스템을 만들어 역으로 해외에 수출할 수 있어야 한다. ‘K방역’처럼 ‘K학교’를 수출하자." ▶폴 김 미국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부원장
"지금처럼 텅 빈 교실에서 교사 혼자 노트북에 대고 수업을 하는 건 교육적으로도, 공간 활용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컨베이어벨트에서 쿠키를 찍어내는 것 같은 과거형 학교 교육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학교에서는 이제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 학생들이 AI의 답에 비판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생마다 재능과 흥미가 다른데 일방적으로 한 공간에서 같은 내용을 가르치는 게 맞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