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차서 성패 좌우"…첨단 로봇으로 '뇌수술 시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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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테크놀로지 '카이메로' 대학병원 확산뇌정위기능 수술은 뇌신경계의 기능적 이상으로 생긴 수전증, 파킨슨병, 뇌전증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치료를 위한 수술이다. 질환을 일으키는 타깃 부위를 1㎜ 미만의 오차로 접근해야 하는 고난도의 수술이어서,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가진 의사들도 어려워 하는 분야다. 최근 국내 한 중소기업이 개발한 의료용 로봇이 이같은 뇌수술용으로 국내 병원에 확산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23일 의료업계에 따르면 3D(3차원) 측정검사기술 전문업체인 고영테크놀러지가 개발한 뇌수술용 보조로봇 ‘카이메로’가 주요 대학병원에서 상용화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과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이 카이메로를 활용한 임상시험을 마쳤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달 병원 내 장비 도입까지 끝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6월 2년여간 진행했던 카이메로 임상시험에 관한 최종 보고서를 냈다. 카이메로는 수술 목표부위의 위치와 주변 해부학적 구조를 자체 소프트웨어로 계산해, 이를 바탕으로 로봇이 의료진에게 환자에 가장 손상이 적은 치료 경로를 제시한다. 우선 3차원(3D) 의료용 센서가 수술대 위의 환자 머리를 스캔한다. 이같은 3차원 이미지 정보는 좌표 데이터로 변환되고, 컴퓨터단층촬영(CT) 및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로 찍은 영상과 정보 값을 맞춘다. 고영 관계자는 “수술 전 정확한 수술경로를 시뮬레이션 하는 과정”이라며 “자동차를 운전할 때 네비게이션이 실제 도로와 화면 속 정보를 일치시키는 원리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후 로봇 팔이 환자의 자세와 환부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면서 의료진에 수술 위치를 표시해 준다.
해외에도 뇌수술용 로봇 장비로 개발된 제품이 있다. 하지만 너무 가격이 비싼 데다 로봇 하드웨어와 네비게이션 플랫폼 소프트웨어가 따로 나와 있어 도입하기 불편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좋은 의료장비가 나와도 의료수가 통제를 겪는 병원들이 값비싼 장비 도입을 망설이는 일이 많다”며 “카이메로가 의료로봇을 쓰지 않던 병원에 새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임상시험을 했던 병원의 의사들도 카이메로 장비의 성능에 긍정적이다.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전문의인 이정일 교수는 “일반적으로 기존 장비로 뇌 조직검사를 하면 5~10% 정도 정확한 진단이 나오지 않는다”며 “임상시험으로 16건의 뇌 조직검사를 했는데 카이메로가 모든 케이스에서 정확한 환부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시아·오세아니아 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AASSFN) 회장을 맡고 있는 정위기능 수술 관련 권위자다. 최근 2년여간 장진우 연세대 의과대학 신경외과 교수와 함께 카이메로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그는 현재 거대 외국계 의료장비 업체가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영의 국산화 도전을 높게 평가했다. 이 교수는 “카이메로를 병원들이 도입하면 수술 시간이 빨라지고 환자 후유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영테크놀러지는 원래 전자기기의 납땜이 정확히 됐는지 검사하는 ‘납도포검사기’(SPI) 등을 만드는 장비업체다. 2011년 산업통상자원부의 국책 과제를 고영테크놀러지가 맡으면서 의료용 로봇개발에 착수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