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손' 회사까지 두는 구글

한국, 증손회사가 마지노선
구글은 2013년부터 세계 오지에 인터넷 서비스를 보급하기 위한 ‘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태양광으로 작동되는 통신 중계기를 대형 풍선에 매달아 상공 20㎞ 성층권까지 띄우고 이를 기반으로 무선 인터넷을 구현하는 것이 사업의 골자다. 이를 담당하는 구글 계열사가 룬LCC다.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구조도에서 이 회사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2017년에 새로 설립한 지주회사인 XXVI홀딩스의 ‘고고손’ 회사로 등록돼 있어서다.

구글은 2017년 지배구조를 개편하면서 검색과 광고, 유튜브 등 기존 산업을 담당하는 구글LCC, 자율주행차 사업을 전담하는 웨이모홀딩스 등을 XXVI홀딩스의 자회사로 분리했다. 룬은 신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OB테크놀로지스 산하다. X디벨로프먼트홀딩스가 손자회사, X디벨로프먼트LCC가 증손회사다. 이 밑에 룬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룬홀딩스가 고손회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실제 사업을 이끄는 룬LCC는 ‘고고손’ 회사다.한국에선 알파벳과 같은 지주회사가 나오기 어렵다. 우선 설립 범위가 증손회사까지다. 증손회사 설립에도 제약이 상당하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어야 회사를 만들 수 있다. 손자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합병(M&A)하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다. 지분 100%를 사들이는 M&A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손자회사와 관련한 규제도 만만찮다. 상장 손자회사를 두려면 자회사가 이 회사의 지분을 20% 이상 들고 있어야 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