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노멀 시대의 금융…'플랫폼 넘버원'만 살아남는다

기고 - 진상욱 커니 부사장(금융·디지털 총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금융산업의 많은 부분이 정상화되더라도 비대면 또는 디지털 고객 접점의 중요성과 역할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국내 금융회사들은 디지털 고객 접점을 상품 판매 또는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채널’의 관점에서만 접근해 왔다. 금융사 고객 접점의 핵심적인 역할을 비대면이 수행하기 위해서는 보다 넓은 범위의 고객과 더 밀접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금융사들이 기존의 디지털 채널을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기 위해 고려할 수 있는 사업 모델 전략은 ‘플랫폼 커스터머’ ‘플랫폼 테크놀로지’ ‘플랫폼 비즈니스’ 등 세 가지다. 플랫폼 커스터머는 대규모 고객 기반을 보유한 전통 금융사들이 효과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전략으로, 최근 국내 도입된 마이데이터가 대표적 사례다.마이데이터는 금융사들이 상품의 개발과 판매라는 고착된 사업에서 벗어나 고객(데이터) 플랫폼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보장한다. 복수 금융사 거래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 경쟁해야 하는 금융사 플랫폼 커스터머 전략의 성패는 고객 기반의 양보다 질에 좌우될 것이다.

플랫폼 테크놀로지는 금융업 가치 사슬의 특정 분야에 적용되는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소위 빅테크 또는 핀테크 업체에 적합한 전략이다. 대표적 사례로 금융업의 결제 및 송금 분야에서 등장한 페이먼트 플랫폼을 들 수 있다. 빅테크 기술 기업 또는 핀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사들도 페이먼트 플랫폼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페이먼트 플랫폼의 궁극은 디지털 화폐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나 일부 국가에서 시험되고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기존 화폐 시스템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금융과 비금융의 융합으로 고객과 서비스·상품 간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새로운 플랫폼 사업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핑안보험과 싱가포르의 DBS가 성과를 내고 있다. 핑안보험 플랫폼 사업 중 대표적 사례인 핑안굿닥터는 금융과 헬스케어를 융합해 3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원격의료서비스 플랫폼을 만들어 냈다. DBS는 모빌리티, 부동산, 교육, 전자상거래, 여행 등 비금융 생활 영역에서도 다양한 플랫폼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이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추려면 플랫폼 네이티브 기업들의 운영 모델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요체는 서비스·상품, 마케팅, 기술이 3위 일체로 운영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서 간 협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조직으로 전환하고 애자일 오퍼레이션의 내재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