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회의 중 골프장 간 트럼프…"4년 뒤 대선 재출마"

부정선거 주장 속 '현실 인정' 분석
차기 주자 견제·영향력 유지 포석
< G20정상 합성한 단체사진 >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홈페이지에 각국 정상들의 모습을 합성한 단체 사진이 공개됐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의장국인 이번 G20 정상회의는 ‘모두를 위한 21세기 기회 실현’을 주제로 21일(현지시간)부터 열렸으며 코로나19로 화상으로 진행됐다. G20 정상들은 코로나19 백신을 공평하게 분배하기 위한 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사진제공=G20 정상회의
대선 패배에 불복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조만간 2024년 대선 재출마를 발표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선이 부정 선거였다며 소송전에 나서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현실을 받아들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가까운 지인들과 비공개 회동 및 통화 등을 하고 4년 뒤 재출마 여부를 상의해 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내년 1월 백악관을 비워준 이후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하고 있다는 것이다.트럼프는 참모들에게 정치와 언론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존재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참모는 “트럼프가 3주 안에 새로운 선거 캠페인을 발표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2024년 재출마 선언을 서두르는 것은 공화당 내 차기 잠룡이 우후죽순 나서는 걸 막기 위해서란 관측이다. 잠룡들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 등이 거론돼 왔다. 트럼프가 대선 재출마를 공식화하면 조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기도 전에 잠재적인 재대결 구도가 형성될 것이란 게 WP의 분석이다.

트럼프 캠프의 한 당국자는 “공식 직함이 있든 없든 트럼프는 실질적으로 공화당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트럼프가 배신 세력을 철저하게 축출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가 첫 번째 타깃으로 꼽힌다. 폭스는 올여름까지만 해도 트럼프를 노골적으로 편들었으나 이후 관계가 틀어졌다. 대선 당일엔 경합주 애리조나주에서 가장 먼저 바이든 승리를 선언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직접 미디어를 만들어 보수 지지층을 흡수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이날 주요 20개국(G20) 화상 회의에 참석한 트럼프는 또 다른 기행으로 구설에 올랐다. 의장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이 개회사를 하는 내내 고개를 숙인 채 “전례 없는 투표 사기 행태를 보여줄 것” 등의 트윗을 띄우는 모습이 포착됐다.

트럼프는 연설에서 미국 경제의 낮은 실업률과 수요 급증을 자찬하면서 “경제적으로나 전염병 대처에 있어 임기 동안 믿을 수 없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트럼프는 발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을 대참시킨 뒤 자리를 떴고, 이후 버지니아주의 한 골프장으로 향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