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바이러스 어떻게 퍼졌고 우린 어떻게 대응했나

지난해 11월17일 中우한서 첫 사례 보고 추정
WHO 지난 2월 공식 명칭 'COVID-19' 명명
국내서는 지난 1월20일 첫 확진자 발생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산업 등 변화
백신 개발됐지만 코로나 완전 종식까진 '아직'

지난해 11월17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화난 해산물 시장에서 일하던 수산물 업자 A씨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과 호흡 곤란에 시달렸다. 이 시장에서 일하던 자영업자와 가족들이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면서 환자는 한달 뒤 20여명으로 늘어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작년 12월30일 이들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감염 1호 사례라고 공식 확인했다.

코로나가 처음 발생한 지 이달로 1년이 됐다. 코로나는 그동안 높은 감염력과 빠른 변이로 '100년 내 가장 위험한 전염병'이라는 평가을 얻으며 전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코로나는 첫 발생 후 두달여만에 중국 정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후베이성 전체로 퍼져나갔고 곧 전 세계로 확산됐다. 23일 현재 전 세계 환자 수는 5900만명, 사망자수는 139만여명에 달한다. 한국에서도 3만1000여명의 누적 확진자가 나왔고 이중 509명이 사망했다.

코로나는 전 세계 기업들의 산업 지형도 바꿔놓았다. 디지털화의 속도가 빨라지자 오래된 아날로그 기업들을 견디지 못하고 줄줄이 파산했다. 200년 안팎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백화점 로드앤테일러와 의류업체 브룩스브라더스가 거의 동시에 파산 신청을 한 것은 코로나 이후 산업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으로 꼽힌다.

다른 산업들도 피해는 막심했다. 특히 이동이 위축되자 저가 항공사들에겐 재앙이 됐다. 한국의 이스타항공, 일본의 에어아시아재팬을 비롯한 전세계 수많은 저가항공사들이 문을 닫거나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올해 국내 기업 파산신청 사례도 분기별로 역대 최대치를 찍고 있다. 국민들에겐 '불안'과 '답답함'을 가져다 준 1년이었다. 국내 확산 본격화 이후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는 일상화가 됐고, 억눌린 심리에 따른 우울함을 표현하는 '코로나 블루'가 신조어가 됐다.

한편으로는 전세계에 한국의 방역 경쟁력과 시민의식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한국산 코로나 진단키트와 방역 경험을 요청하는 국가가 쇄도했고 외신들은 한국의 방역 상황과 수준 높은 시민 의식에 찬사를 보냈다.


세계에 어떻게 퍼졌나

WHO가 지난해 마지막 날 이른바 '우한 폐렴'이라고 불리던 바이러스를 코로나19로 공식 확인한 다음 올해 1월9일 중국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같은 달 11일 중국 내에서 확진자 41명이 확인됐고 3일 후 인접 국가인 태국에서 중국 이외 지역 첫 확진자가 보고됐다. WHO의 역학조사 결과 이 확진자 역시 우한에서 방콕으로 입국한 61세 중국 여성으로 나타났다.같은 달 16일 일본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됐고 역시 우한을 방문한 적 있는 일본 거주 30대 중국인 남성으로 확인돼 국제 간 감염 공포가 싹트기 시작했다. 20일엔 우한을 다녀온 30대 남성이 미국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로 보고됐으며 한국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23일엔 베트남에서 중국인 남성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24일 프랑스 당국이 첫 확진 사례를 발표해 유럽 최초 감염 사례가 나왔고 25일엔 캐나다에서 우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50대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한 달 사이 중국과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코로나가 급격히 퍼지자 WHO는 위험 수준을 '보통'에서 '높음'으로 수정했다. 29일엔 핀란드 당국이 우한에서 온 중국인 여행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고 같은 날 WHO는 전 세계에서 606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132명이 사망했다고 공식 확인했다.결국 WHO는 30일 긴급위원회를 소집해 국제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 지난 2월11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식 명칭을 'COVID-19'로 결정하고 본격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확산세는 더 심해져 2월26일 브라질에서도 코로나19가 발생해 두 달 만에 전세계 6대주 46개국으로 확산했다. 2월28일 WHO는 코로나19의 글로벌 위험 수준을 '높음'에서 '매우 높음'으로 상향했다.

국내 코로나 발생 추이와 정부 대응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 [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는 지난 1월20일 첫 확진 사례가 보고됐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파가 이어지다 2월18일 신천지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급증했다. 정부는 확산세가 계속되자 3월22일 '사회적 거리두기' 개념을 처음 도입해 시행했으며 4월4일 국내 누적 확진자는 첫 발생 74일 만에 1만명을 돌파했다.

8월12일엔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발생했고 8월15일 광화문 광복절 집회 이후 다시 코로나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8월16일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 이 조치를 8월22일 전국으로 확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파 사례가 계속 이어지자 8월30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했다. 진정세가 나타난 이후 9월13일 다시 2단계로 조정한데 이어 10월11일 1단계로 완화했다.

한국은 그동안 전세계 주요국 중 가장 빠른 속도의 진단 속도와 최저 수준의 사망률, 탄탄한 방역으로 주목받으며 'K-방역'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뉴욕 증시,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이후 최악 폭락

코로나19는 글로벌 경제에도 큰 타격을 가져왔다. 국제 교역에 발이 묶이면서 수출입이 봉쇄됐고 관광객과 물자의 이동이 줄어들자 원유값이 폭락하면서 증시는 롤러코스터 타기를 반복했다.

특히 지난 3월1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이후로 최악의 충격파가 강타하면서 코로나19 공포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쳤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3% 가까이, 무려 3000포인트나 무너졌다. 유럽증시도 4~5%를 웃도는 폭락세를 보이면서 2012년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저앉기도 했다.

당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중심으로 글로벌 중앙은행이 일제히 유동성을 쏟아붓는 공조에 나섰지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코로나19 공포감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소비와 투자에 걸쳐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이후 쓰나미처럼 시간대별로 아시아에서 유럽, 미국 증시로 이어지면서 낙폭은 더 커졌다. 글로벌 증시의 연쇄 폭락세는 코로나19 사태에서 하루걸러 되풀이되는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제약·바이오 관련주 '대도약'

증시 상황과는 반대로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로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증시를 주도하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에서는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씨젠이 진단키트주 대장주로 급부상했고 셀트리온의 주가가 폭등했다.

해외 상황도 비슷했다. 백신 생산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미국 제약회사 존슨앤드존슨(J&J)과 일라이릴리가 안전성을 이유로 백신 실험을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백신 관련주는 물론 코로나19 종식 기대감에 주가가 올랐던 종목들까지 일제히 폭락했다.

하지만 최근 미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제약사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 중인 백신이 코로나19를 예방하는데 90% 이상의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고 모더나 역시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전하면서 뉴욕 증시는 기대감이 반영돼 훈풍이 불고 있다.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 3상 임상시험에서 94.5%의 효능을 보였다고 발표한 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70.63포인트(1.60%) 오른 2만9950.44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월15일 2만9000선을 돌파한 후 212일 거래일 만에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이다.

백신 개발됐지만 다시 최악으로 치닫는 코로나 전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백신 개발 소식이 들려오고는 있지만 미국과 한국에서는 다시 코로나가 대확산 기미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달에만 300만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월별 신규 확진자 수 기준 역대 최대치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은 존스홉킨스대 자료를 인용해 이달 1일부터 이날 오후 1시까지 발생한 미국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약 300만2000명이라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보고된 누적 확진자 수는 1200만명이다. 즉 전체 누적 확진자 수의 4분의 1에 달하는 확진자가 11월에 쏟아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코로나19로 11월에 사망한 미국인도 약 2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누적 사망자 수 25만명의 9.7%에 달하는 수준이다. 미국 최대 명절 추수감사절 영향으로 이달 말에는 한 달 확진자가 400만명에 달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지난주 연이어 국내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이 300명대를 기록하면서 정부가 사실상 3차 대유행에 진입했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지난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신규 확진자가 2000명 넘게 발생했다며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방역과 의료대응 모두 지속 불능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회의에서 "날씨가 추워지는 가운데 일상 속 조용한 전파는 지난 한 주 2000명이 넘는 확진자를 발생시키며 3차 유행이 시작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3일 0시 기준으로 271명을 기록하며 엿새 만에 300명 아래로 내려온 2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 검사를 받으려는 차량이 줄을 서 있다. 2020.11.23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관련 국내외 일지]

▲ 2019년 12월31일 중국 우한서 원인 불명 폐렴 환자 27명 보고, WHO 코로나19 확인

▲ 2020년 1월9일 첫 사망자 발표…만성 간질환과 암 앓은 61세 중국 남성

(이하 2020년)

▲ 1월14일 중국 외 첫 환자 확진…우한서 태국 방콕 입국한 61세 중국 여성

▲ 1월15일 세계보건기구(WHO) "사람간 전염 배제 못 해" 공식 발표

▲ 1월20일 한국서 첫 환자 확진…우한서 인천 입국한 35세 중국 여성

▲ 2월18일 대구발 신천지 확진자 급증

▲3월 28일 국내 코로나 사망자 100명 돌파

▲ 4월3일 국내 누적 확진자 1만명 돌파

▲ 8월12일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확진자 발생

▲ 8월16일 수도권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 격상

▲ 8월22일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 격상 전국 확대

▲ 8월30일 수도권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 격상

▲ 10월11일 사회적거리두기 1단계 완화

▲ 10월 18일 전세계 코로나 누적 환자 4000만명 돌파

▲ 11월1일 3단계서 5단계로…세분화된 새로운 거리두기 발표

▲ 11월7일 새 거리두기 1단계 시행

▲ 11월9일 美화이자 "코로나 백신 90%이상 효과 발표

▲ 11월 10일 美 코로나 누적 환자 1000만명 돌파

▲ 11월16일 美모더나 "코로나 백신 3차 임상시험서 94.5% 효과" 발표

▲ 11월19일 서울·경기·광주 거리두기 1.5단계 시행▲ 11월22일 수도권 2단계 호남권 1.5단계 거리두기 격상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