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조를 묻다…14.7m 추사 '세한도' 14년 만에 공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개막
사진=연합뉴스
물기 없이 마른 붓에 진한 먹물을 묻혀 그려낸 고목에서 차고 쓸쓸한 기운이 감돈다. 마치 목탄으로 그린 듯 건조한 느낌이 그대로 묻어난다. 겨울 찬바람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굽히지 않는 지조가 읽힌다.

국보 제180호인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세한도(歲寒圖)’ 두루마리 전체(사진)가 일반에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4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개최하는 ‘한겨울 지나 봄 오듯-세한歲寒·평안平安’ 특별전에서다. 추사의 세한도에 청나라 문인 16명과 한국인 4명 등 20명의 감상문을 덧붙인 길이 14.7m의 세한도 두루마리 전체가 공개되는 것은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추사 서거 150주년 특별전 이후 14년 만이다.전시 개막에 앞서 23일 언론에 공개된 세한도 두루마리는 감동 그 자체였다. 청나라에서 어렵게 구한 책을 제주에서 유배 중인 자신에게 보내준 제자 이상적을 위해 추사는 세한도를 그렸다. 그림에 덧붙인 글에서 추사는 이렇게 적었다.

“그대가 나를 대하는 것은 이전이라고 해서 더 잘하지도 않았고, 이후라고 해서 더 못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전의 그대는 칭찬할 게 없었지만 이후의 그대는 성인(聖人)의 칭찬을 받을 만하지 않겠는가.”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송백이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는 공자의 말씀처럼 이상적은 추사에게 푸르름이 변치 않는 ‘송백’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런 송백의 마음을 지녔던 역관이자 제자인 이상적, 친구 초의선사, 애제자 허련 등의 이야기와 세한도를 지켜낸 오세창, 손재형, 추사 연구가였던 일본 학자 후지쓰카 지카시, 모두를 위해 세한도를 박물관에 기증한 고(故) 손세기 선생과 아들 손창근 선생(92) 등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고난의 세월이 지나고 따뜻한 봄을 맞게 되리라는 희망을 담은 ‘평안감사향연도’도 함께 전시된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