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소집해 남북경협 주문한 이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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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격 도발 10년…北 사과도 안하는데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3일 “남북한이 서울과 평양에 각각 상주대표부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또 4대 그룹 등 주요 기업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남북 경제협력에 적극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연평도 포격엔 "분단의 현실"
'北이 도발' 언급도 안하고
"서울·평양 상주대표부 만들자"
우연히도 이날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10주기를 맞아 정부 차원의 공식 추모식이 열린 날이다. 10년 전 우리 국민 4명이 사망한 연평도 포격은 물론 지난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에 대해 북한으로부터 어떤 형태의 사과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여전히 낙관 일변도의 대북 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연락사무소 재개로 남북 관계 개선”
이 장관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남북연락·협의기구의 발전적 재개 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해 “무너진 연락사무소를 적대의 역사에 남겨두지 않고 더 큰 평화로 다시 세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지난 6월 16일 북한의 돌발적인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너무나 무책임한 장면”이라면서도 남북이 서울과 평양에 각각 상주대표부를 설치하고 개성, 신의주, 나진·선봉 지역에는 연락사무소와 무역대표부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새로운 남북 관계를 위한 조건으로는 북한의 사과가 아니라 연락사무소 통신 재개를 꼽았다. 이 장관은 “새로운 남북 관계의 변화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통신 재개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며 “남북의 상시적인 연락선 복구는 평화의 시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먼저 약속을 지켜 북도 반드시 약속과 협력의 장으로 나오는 길을 열어내겠다”며 취임 초부터 줄곧 밝혀온 대북 유화론도 재확인했다.
이 장관은 이날 10주기를 맞은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해 “우리가 마주한 분단의 가슴 아픈 현실”이라고 말하며 도발 주체는 명시하지 않은 채 분단의 산물로 규정했다. 북한은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와 주변 해상에 방사포 등 포탄 170여 발을 발사했다. 분단 이후 우리 측 민간인 거주 지역을 겨냥한 첫 도발이었다. 20대 초반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 등 4명이 사망하고 6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협 참여 요구받은 대기업 “뜬금없다”
이 장관은 더 나아가 독자적인 남북 경협 의지도 드러냈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경제계 인사 간담회에서 “비핵화 협상의 진전이 생겨 대북 제재의 유연성이 만들어지는 기회가 생기면 남북 경협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남북 경협 사업으로는 북한 지역 개별 관광과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 사업 재개 등을 꼽았다.이날 간담회에는 삼성, SK, LG, 현대자동차 등 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했던 기업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장관이 취임 후 남북 경협 관련 중소기업이나 단체가 아니라 대기업 경영인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장관은 “기업이 코로나 환경 속에서 어려움이 있어도 ‘남북경협 2.0’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며 “작은 정세에서 큰 정세로의 변환기에 정부와 기업이 서로 역할 분담을 통해 남북 경협의 시간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주도의 국제적인 대북 제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기업을 향해 남북 경협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주문한 것이다. 남북 경협 참여가 자칫하면 유엔 대북제재 결의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미(對美) 수출 규모가 큰 대기업을 향한 이 같은 주문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으로 이어지면 미국과의 금융 거래 중단은 물론 관세 이슈에서 심각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미 국무부는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도 대기업 총수 동행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금지된 특정 분야별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기를 기대한다”며 대북 제재 이행을 촉구한 바 있다. 회의에 참석한 경제계 한 인사는“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서 나온 발언과 당부라고는 이해하지만 기업으로선 이런 자리에 불려 나가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지금과 같은 남북 관계에서 기업에 이런 요구를 하는 이유도 이해할 수 없다”고 난색을 보였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