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12승 김세영, 시즌 상금 1위로…"이젠 세계 1위 욕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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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컨 챔피언십 14언더 정상‘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미국)가 좋아 빨간 셔츠를 처음 입고 2006년 한국여자아마추어골프 선수권에 출전한 중학생은 국내 골프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국내 아마추어 최강을 가리는 이 대회에서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김세영(27)이 성인 국가대표들을 가볍게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한 것. 그가 세운 역대 최연소 챔피언 기록(만 13세 5개월 9일)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트리플 크라운' 가능성 높아
나의 히어로는 우즈·조던
14년 전에 불붙은 ‘붉은 질주’는 멈추지 않고 있다. ‘빨간 바지의 마법사’ 김세영이 시즌 2승을 거두며 세계랭킹 1위, 올해의 선수상, 다승, 최저타수상 등 개인 타이틀을 싹쓸이할 태세를 마쳤다.
생애 첫 ‘트리플 크라운’ 정조준
김세영은 2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벨에어의 펠리컨GC(파70)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펠리컨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이븐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66타를 기록한 김세영은 공동 2위 앨리 맥도널드(미국·11언더파 269타)를 3타 차로 따돌리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시즌 2승째이자 통산 12번째 우승. 한국 선수 LPGA 다승 순위로는 박세리(25승), 박인비(20승)에 이어 3위다. 김세영은 지난 10월 메이저 대회인 KPMG여자PGA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승과 자신의 첫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동시에 달성했다.2라운드부터 선두로 치고 나간 김세영에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반에 샷감이 흔들리며 고전한 것. 9번홀(파3)에서 보기를 범하자 최대 5타까지 벌어졌던 2위 맥도널드와의 차이가 3타로 줄었다. 하지만 ‘메이저 퀸’ 김세영은 남다른 여유가 있었다. 14번홀(파5)에서 4m 버디 퍼트를 떨궈 승부의 균형추를 자신에게 끌어왔다. 김세영은 “14번홀에서 버디를 한 후로 2위와 타수 차가 벌어져 우승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우승상금 22만5000달러를 챙긴 김세영은 시즌 총상금을 113만3219달러로 늘리면서 박인비(106만6520달러)를 제치고 상금 1위로 올라섰다. 통산 누적 상금에선 2015년 LPGA 투어 데뷔 이후 979만9895달러를 벌어 김인경(32)을 제치고 20위가 됐다.김세영은 2015년 미국 데뷔 첫해 3승, 2016년 2승, 2019년 3승에 이어 올해 2승을 추가해 네 번째 다승 시즌을 만들었다. 상금에 이어 평균타수(68.11타), 올해의 선수(106점) 경쟁에서도 1위로 올라 ‘트리플 크라운’ 달성에 가까워졌다. LPGA 투어는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까지 3개 대회만 남겨뒀다.
“US여자오픈에서 세계 1위 달성”
김세영이 올해 마지막으로 풀어야 하는 숙제는 세계랭킹 1위 달성이다. 올해 LPGA투어 대회에 나오지 않다가 이번 대회를 통해 복귀한 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은 공동 34위로 부진했다. 지난달 메이저 대회 제패로 세계랭킹 2위에 오른 김세영과 고진영의 랭킹 포인트 차이는 이번 우승으로 1점 이내로 좁혀졌다. 남은 3개 대회에서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는 폭이다.김세영은 “메이저 우승 이후 처음 나온 대회에서 12승째를 따내 기쁘다”며 “올해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이었는데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세계랭킹 1위로 목표를 변경했다”고 말했다.세계랭킹 1위를 정조준한 대회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이다. 김세영은 컨디션 조절을 위해 다음주 열리는 VOA클래식에는 불참하기로 했다. 포인트가 높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 모든 개인 타이틀을 싹쓸이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메이저 2승을 달성해야 김세영의 버킷리스트 가운데 하나인 명예의 전당 입회 기본 조건을 충족하는 점도 US여자 오픈에 집중하는 이유다.
김세영은 휴식 기간에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다큐멘터리 ‘라스트 댄스’를 끝까지 보겠다고 했다. 그는 “우즈와 조던에게 운동선수로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며 “목표를 위해 꾸준히 밀고 나가는 조던의 모습에 배울 게 많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종라운드에서 빨간 옷을 입는 것은 우즈의 셔츠를 따라한 것”이라며 “다른 점이 있다면 프로가 된 뒤 셔츠가 아니라 바지를 입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