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제주관광] ① 60년 이어진 '개발' vs '보전' 갈등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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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도지사 '청정제주 송악선언' 하자 이번엔 개발 찬성 주민 반발
수용 가능 총량 기반 환경 위해 없는 '지속 가능 관광 모델' 마련해야
[※ 편집자 주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제주 관광 산업이 60여년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 빠졌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은 끊겼고, 내국인 관광객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지만,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급호텔과 골프장 등 일부 업종만 호황을 누릴 뿐 영세 숙박업체와 여행사·항공업계는 문을 닫거나 직원을 감축하는 등 업종 간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 또는 코로나19가 일상이 되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제주도가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제주 관광의 장래는 어두워질 것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오히려 현재의 고질적인 제주 관광 병패를 개선할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라는 의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제주 관광이 직면한 과제를 진단하고, 개선 방향을 담은 기획기사 3편을 24일부터 26일까지 나눠 송고합니다.
] 돌·바람·여자 많던 제주도가 쓰레기·사람·자동차로 넘쳐나는 신 삼다도(三多島)로 변하고 있다는 관광객의 푸념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도둑 없고, 대문 없고, 거지가 없던 삼무(三無)의 섬은 생활폐기물과 환경 훼손, 교통난으로 신음하는 삼난(三難)의 섬이 됐다며 지역주민들은 힘들어하고 있다.
지난 60여년 간 눈부신 발전을 한 제주 관광의 어두운 이면이다. 개발과 보전으로 갈등을 겪는 제주의 지난 60년 모습은 오늘과 다르지 않다.
제주가 수용 가능한 총량과 환경에 위해를 주지 않는 수준의 적정성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 제주 관광 60년 개발사
제주 관광산업은 1960년을 전후해 관광에 필요한 교통과 숙박시설이 갖춰지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태동했다.
1955년 4월 제주에 최초의 여행알선업인 '제주관광안내소'가 설립된 데 이어 제주∼서울을 1일 1회 운항하는 정기 항공노선 개설되고 제주∼목포 또는 제주∼부산 정기여객선이 차례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또 관광호텔로는 제주에서 처음으로 30실 규모의 제주관광호텔이 문을 열었다.
초기 제주 관광 정책은 모든 게 중앙정부 주도로 이뤄졌다.
정부는 1966년 '국토건설종합계획법'에 따라 제주 전역을 지금처럼 '특정지역'으로 지정, 제주 관광지를 정비·개발했다.
이어 제주 관광개발은 중문관광단지와 관광지구, 도립공원 등을 개발하는 제주도 관광종합개발계획(목표 기간 1973∼1981년)을 수립하면서 본격화했다. 이 과정에서 1966년 한라산을 남북으로 횡단하는 제1횡단도로(현 516도로)가 개통되고, 1974년 한라산 제2횡단도로(현 1100도로)가 연이어 개통됐다.
1980년대 국내 대중관광 시대에 들어서면서 제주는 효도 관광, 국내 최고의 신혼 관광지로 거듭난다.
무사증 입국이 허용되고, 제주그랜드호텔과 한국콘도미니엄 등 대형 숙박시설이 들어선 데 이어 표선 제주민속촌과 제주조각공원 등이 관광객 몰이에 나섰다.
그러나 1989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서서히 빛을 잃기 시작했다.
제주 관광산업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1990년대 후반 들어와 대외경쟁력이 더욱 급격히 약화했다.
21세기 개방화·세계화 물결 속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정부와 제주도가 돌파구로 선택한 것은 2002년 4월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정을 통한 '국제자유도시' 조성이었다.
제주를 동북아의 거점 관광휴양도시로 육성하고, 사람·상품·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국제자유도시로 조성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제주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더욱 확장된 청사진을 그리게 된다.
도는 관광인프라 확충을 통해 관광객 확대를 꾀했고, 관광개발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와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유치 정책을 폈다.
그 결과 관광 산업은 엄청난 양적 성장을 이뤘다.
2005년 500만명이던 연간 제주 관광객은 2013년 1천만명을 돌파한 뒤 지난 2016년 1천585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관광 수요 증가세와 더불어 관광 개발사업이 제주 곳곳에서 벌어졌고, 제주 인문·사회·환경 분야에서 변화와 갈등이 생겨났다. ◇ '개발'과 '보전' 갈등
관광 개발로 인한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개발사업이 이뤄지면서 선행되는 기반시설과 각종 지원사업 등은 지역주민의 생활·복지·문화 혜택 등 삶의 질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또 변변한 산업시설이 없는 제주에서 관광 관련 일자리가 생겨났고, 관광객 증가로 특수를 보는 업종은 매출을 올리며 자연스레 제주도민의 소득 증대로 이어졌다.
제주의 관광명소가 알려지고 발전하면서 제주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반면, 급속한 개발은 각종 자연경관과 생태계 파괴로 이어졌다.
제주에서 골프장과 호텔 등 50만㎡ 이상 대규모 개발사업 22건이 추진되는 동안 사라진 농지와 초지 규모는 1천231만8천721㎡로 전체 개발사업부지 3천666만8천800㎡의 33.6%를 차지했다.
곶자왈 훼손 면적은 29.4㎢로, 전체 곶자왈(99.5㎢)의 약 30%에 달한다.
개발 과정에서 오해와 갈등으로 마을공동체가 파괴되기도 하고, 각종 소음 문제와 자동차 증가로 인한 교통체증 등 사회문제를 야기했다. '개발'과 '보전'이라는 가치가 제주 전역에서 충돌하는 셈이다.
현시점에서 제주가 수용 가능한 총량과 환경에 위해를 주지 않는 수준의 적정성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선언적 구호에 그쳐선 안 된다.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과제를 지난 20년 가까이 반복해서 외쳐왔지만, 누구도 뾰족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갈등만 낳았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최근 "난개발 우려에 마침표를 찍겠다"며 일명 '청정제주 송악선언'을 했다.
그는 "자연경관을 해치는 개발을 더욱 엄격하게 금지하고, 대규모 투자에 대해서는 자본의 신뢰도와 사업내용의 충실성을 엄격히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또 "제주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 것은 개발사업의 기본 전제"라며 "모든 투자와 개발은 반드시 제주의 미래가치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개발사업자와 지역 숙원사업으로 개발을 바라던 지역주민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문성종 한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원 지사의 선언은 미래 제주 관광 발전을 위한 지극히 당연한 내용"이라며 "선언이 지역 주민과의 소통 없이 갑자기 이뤄진 점도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기존 진행 중인 사업이 중단된다면 앞으로 제주 관광을 위한 투자유치에 문제가 되는 등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다"며 "개발과 보전의 압력이 제주 안팎에서 강하게 작용하는 상황에서 갈등을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수용 가능 총량 기반 환경 위해 없는 '지속 가능 관광 모델' 마련해야
[※ 편집자 주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제주 관광 산업이 60여년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 빠졌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은 끊겼고, 내국인 관광객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지만,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급호텔과 골프장 등 일부 업종만 호황을 누릴 뿐 영세 숙박업체와 여행사·항공업계는 문을 닫거나 직원을 감축하는 등 업종 간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 또는 코로나19가 일상이 되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제주도가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제주 관광의 장래는 어두워질 것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오히려 현재의 고질적인 제주 관광 병패를 개선할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라는 의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제주 관광이 직면한 과제를 진단하고, 개선 방향을 담은 기획기사 3편을 24일부터 26일까지 나눠 송고합니다.
] 돌·바람·여자 많던 제주도가 쓰레기·사람·자동차로 넘쳐나는 신 삼다도(三多島)로 변하고 있다는 관광객의 푸념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도둑 없고, 대문 없고, 거지가 없던 삼무(三無)의 섬은 생활폐기물과 환경 훼손, 교통난으로 신음하는 삼난(三難)의 섬이 됐다며 지역주민들은 힘들어하고 있다.
지난 60여년 간 눈부신 발전을 한 제주 관광의 어두운 이면이다. 개발과 보전으로 갈등을 겪는 제주의 지난 60년 모습은 오늘과 다르지 않다.
제주가 수용 가능한 총량과 환경에 위해를 주지 않는 수준의 적정성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 제주 관광 60년 개발사
제주 관광산업은 1960년을 전후해 관광에 필요한 교통과 숙박시설이 갖춰지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태동했다.
1955년 4월 제주에 최초의 여행알선업인 '제주관광안내소'가 설립된 데 이어 제주∼서울을 1일 1회 운항하는 정기 항공노선 개설되고 제주∼목포 또는 제주∼부산 정기여객선이 차례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또 관광호텔로는 제주에서 처음으로 30실 규모의 제주관광호텔이 문을 열었다.
초기 제주 관광 정책은 모든 게 중앙정부 주도로 이뤄졌다.
정부는 1966년 '국토건설종합계획법'에 따라 제주 전역을 지금처럼 '특정지역'으로 지정, 제주 관광지를 정비·개발했다.
이어 제주 관광개발은 중문관광단지와 관광지구, 도립공원 등을 개발하는 제주도 관광종합개발계획(목표 기간 1973∼1981년)을 수립하면서 본격화했다. 이 과정에서 1966년 한라산을 남북으로 횡단하는 제1횡단도로(현 516도로)가 개통되고, 1974년 한라산 제2횡단도로(현 1100도로)가 연이어 개통됐다.
1980년대 국내 대중관광 시대에 들어서면서 제주는 효도 관광, 국내 최고의 신혼 관광지로 거듭난다.
무사증 입국이 허용되고, 제주그랜드호텔과 한국콘도미니엄 등 대형 숙박시설이 들어선 데 이어 표선 제주민속촌과 제주조각공원 등이 관광객 몰이에 나섰다.
그러나 1989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서서히 빛을 잃기 시작했다.
제주 관광산업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1990년대 후반 들어와 대외경쟁력이 더욱 급격히 약화했다.
21세기 개방화·세계화 물결 속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정부와 제주도가 돌파구로 선택한 것은 2002년 4월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정을 통한 '국제자유도시' 조성이었다.
제주를 동북아의 거점 관광휴양도시로 육성하고, 사람·상품·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국제자유도시로 조성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제주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더욱 확장된 청사진을 그리게 된다.
도는 관광인프라 확충을 통해 관광객 확대를 꾀했고, 관광개발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와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유치 정책을 폈다.
그 결과 관광 산업은 엄청난 양적 성장을 이뤘다.
2005년 500만명이던 연간 제주 관광객은 2013년 1천만명을 돌파한 뒤 지난 2016년 1천585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관광 수요 증가세와 더불어 관광 개발사업이 제주 곳곳에서 벌어졌고, 제주 인문·사회·환경 분야에서 변화와 갈등이 생겨났다. ◇ '개발'과 '보전' 갈등
관광 개발로 인한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개발사업이 이뤄지면서 선행되는 기반시설과 각종 지원사업 등은 지역주민의 생활·복지·문화 혜택 등 삶의 질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또 변변한 산업시설이 없는 제주에서 관광 관련 일자리가 생겨났고, 관광객 증가로 특수를 보는 업종은 매출을 올리며 자연스레 제주도민의 소득 증대로 이어졌다.
제주의 관광명소가 알려지고 발전하면서 제주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반면, 급속한 개발은 각종 자연경관과 생태계 파괴로 이어졌다.
제주에서 골프장과 호텔 등 50만㎡ 이상 대규모 개발사업 22건이 추진되는 동안 사라진 농지와 초지 규모는 1천231만8천721㎡로 전체 개발사업부지 3천666만8천800㎡의 33.6%를 차지했다.
곶자왈 훼손 면적은 29.4㎢로, 전체 곶자왈(99.5㎢)의 약 30%에 달한다.
개발 과정에서 오해와 갈등으로 마을공동체가 파괴되기도 하고, 각종 소음 문제와 자동차 증가로 인한 교통체증 등 사회문제를 야기했다. '개발'과 '보전'이라는 가치가 제주 전역에서 충돌하는 셈이다.
현시점에서 제주가 수용 가능한 총량과 환경에 위해를 주지 않는 수준의 적정성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선언적 구호에 그쳐선 안 된다.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과제를 지난 20년 가까이 반복해서 외쳐왔지만, 누구도 뾰족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갈등만 낳았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최근 "난개발 우려에 마침표를 찍겠다"며 일명 '청정제주 송악선언'을 했다.
그는 "자연경관을 해치는 개발을 더욱 엄격하게 금지하고, 대규모 투자에 대해서는 자본의 신뢰도와 사업내용의 충실성을 엄격히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또 "제주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 것은 개발사업의 기본 전제"라며 "모든 투자와 개발은 반드시 제주의 미래가치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개발사업자와 지역 숙원사업으로 개발을 바라던 지역주민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문성종 한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원 지사의 선언은 미래 제주 관광 발전을 위한 지극히 당연한 내용"이라며 "선언이 지역 주민과의 소통 없이 갑자기 이뤄진 점도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기존 진행 중인 사업이 중단된다면 앞으로 제주 관광을 위한 투자유치에 문제가 되는 등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다"며 "개발과 보전의 압력이 제주 안팎에서 강하게 작용하는 상황에서 갈등을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