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감수하고 공정 멈춘 삼성바이오로직스…중소기업 살렸다

배지홍 바이옥스 대표 인터뷰

삼성과 바이오 리액터 세정제 국산화한 바이옥스
배관 회사서 바이오 관련 기업으로 변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정을 멈추고 우리 제품을 테스트하지 않았다면 국산화는 사실상 어려웠을 겁니다.”

바이오의약품 배양기(리액터) 세정제를 만드는 바이옥스의 배지홍 대표는 지난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창업 2년 만에 세정제 국산화에 성공한 배경엔 대기업과의 상생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6년 8월 설립된 바이옥스는 그동안 전량 해외에서 수입했던 리액터 세정제를 국산화한 회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한미약품, 펩트론 등 국내 여러 기업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수입산 세정제는 해외 운송 기간이 길어 긴급한 상황에서 제품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배관 회사가 바이오 세정제 생산

바이옥스는 화학 제품과 의약품 등에 쓰이는 배관(파이프)을 해외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스틸옥스의 자회사다. 바이오 의약품 분야엔 전문성이 전혀 없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손을 잡고 세정제 국산화를 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이 회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조언에 따라 반도체 장비 세정제를 만드는 회사를 찾아갔다.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분야여서 응용이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었다. 배 대표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반도체 분야가 바이오 의약품 시장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며 “로열티(경상기술사용료)를 내고 배운 세정제 제조 기술을 자체 연구를 통해 바이오 분야에 맞게 개량시켰다”고 말했다. 생산 공장을 짓는 것도 쉽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옥스와 30회 이상 협의하고 충남 당진에 있는 공장 설계 단계부터 조언했다. 자체적인 자문팀을 꾸려 제조 기준 등을 맞추는 데 손을 걷어부쳤다.

그 결과 바이옥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위한 기준에 따라 공장을 설계했다. 우수의약품품질및제조관리기준(GMP) 승인도 마쳤다.

연구실에서 만든 제품을 실제 리액터에서 테스트를 해보지 않으면 소용이 없었다. 바이오 의약품은 '세포주 개발·생산→배양→정제→완제' 등의 생산 과정을 거친다. 세정제는 세포를 리액터 안에서 배양한 뒤 이를 닦아낼 때 쓰인다. 세포의 먹이인 배지나 불순물 등이 잘 닦였는지 시험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세 번 반복해야 제대로 된 테스트를 거쳤다고 업계에선 인정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생 차원에서 인천 송도 3공장을 본격 운영하기 전에 바이옥스의 세정제를 테스트했다. 결과도 좋았다. 배 대표는 “모든 회사가 어떤 세정제를 써야 하는지 등에 대한 자체 기준이 있다”며 “이를 바꾸려면 공정을 멈추고 우리 제품을 테스트 해야해 인건비 손실 등이 발생한다”고 했다.

결국 바이옥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2018년 7월부터 세정제를 장기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현재는 셀트리온과 세정제 납품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배 대표는 “같은 양, 같은 시간 동안 세정제를 사용할 경우 해외 제품보다 세척력이 더 좋거나 비슷하다는 연구결과가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에 그치지 않고 중국 일본 등에 수출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 감수하고 중소기업 도와준 삼성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선 공장을 멈추고 중소기업의 제품을 테스트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공장을 멈추는 과정에서 인건비와 배지 등의 비용을 자체적으로 감당해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그룹 차원에서 진행 중인 중소기업과의 상생 계획 등에 따라 국산화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옥스는 세정제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바이오 의약품 공장 외벽이나 바닥을 닦는 이소프로필 알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역시 유럽 등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배 대표는 “진입 장벽이 높은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서 대기업, 중소기업간 상생이 어느 분야보다 절실하다”며 “좋은 선례를 다른 회사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