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다이너마이트' 새로운 도전…K팝 최초로 그래미상을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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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31일 수상자 발표방탄소년단(BTS)이 미국 최고 권위의 음악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오르며 ‘K팝’ 역사를 새로 썼다.
'음악계 아카데미상' 그래미상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3대 음악상 모두 후보 올라
수상하면 '그랜드슬램' 달성
미국레코딩아카데미는 25일(한국시간)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를 내년 1월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 후보로 지명했다. 국내 클래식과 국악 관계자가 그래미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한 적은 있었지만 대중음악의 후보 지명은 처음이다.
‘그랜드슬램’까지 질주할까
방탄소년단은 이로써 미국 3대 음악시상식에서 모두 후보에 올랐다. 한국 가수로는 최초다. 방탄소년단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s)와 ‘빌보드 뮤직 어워즈’(BBMAs)에서 이미 각각 3년, 4년 연속 수상해 그래미상까지 받으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역시 최초의 역사다.그래미 어워즈는 미국 3대 음악상 중에서도 역사와 권위 면에서 최고 영예의 상으로 꼽힌다. 가수, 프로듀서, 녹음 엔지니어, 평론가 등 음악 전문가들이 속한 미국 레코딩아카데미의 1만1000여 명 회원이 철저히 ‘음악성’을 검증해 투표로 선정한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그동안 ‘상품’으로 인정받았다면, 그래미상 후보로 ‘예술작품’으로 공인받은 셈이다.강문 대중음악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이 ‘아메리칸뮤직어워즈’와 ‘빌보드뮤직어워즈’에서 수상한 것은 팬들의 영향력이 크게 반영된 결과”라며 “이번 그래미상 후보는 순수 미국 음악산업 전문가들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라고 평했다.
방탄소년단이 그동안 성취한 ‘빌보드200’ 앨범차트 정상은 미국 팬덤이 이룬 것이었다. 빌보드 ‘핫100’ 싱글차트 1위는 미국 일반 대중의 영향력 덕분이었다. 이번 ‘그래미 후보’ 지명은 음악산업 전문가들로부터 뛰어난 음악성을 평가받은 점에서 특별하다. 그래미 어워즈는 총 84개 부문을 시상하며 그중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신인상’ 등이 4대 본상으로 ‘제너럴 필드(General Fields)’라고 불린다. 이 밖에 팝, 록, 컨트리, 랩, 댄스, 클래식 등 음악 장르별 세부 부문이 있고, 작·편곡, 앨범 패키지, 프로듀싱 등 기술적 부문도 시상한다.
방탄소년단이 후보에 오른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는 제너럴 필드에 속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래미 어워즈의 주요 부문 중 하나로, 팝 장르 곡을 두 명 이상이 부른 그룹에 주는 최고상이다. 아시아권 가수가 이 부문 후보에 오른 것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방탄소년단은 내년 1월 31일 열리는 제63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제이 발빈·두아 리파·배드 버니&테이니의 ‘언 디아’ △ 저스틴 비버와 퀘이보의 ‘인텐션스’ △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 △ 테일러 스위프트와 본 이베어의 ‘엑사일’과 함께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트로피를 겨루게 된다.
“모든 건 아미들 덕분”
방탄소년단은 ‘2021 그래미 어워드’를 생방송으로 지켜보다 후보 지명이 발표되자 SNS에 감격해 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남겼다. 이어 “힘든 시기에 우리의 음악을 듣고 공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 무엇보다 ‘그래미 후보 아티스트’라는 기적을 만들어준 건 아미 여러분이다. 늘 감사드리고 사랑한다”고 소감을 밝혔다.방탄소년단은 그동안 그래미 후보 입성 및 수상이 꿈이자 목표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리더 RM은 지난 23일 공개된 미국 잡지 에스콰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래미 후보에 올라 가능하면 상을 받고 싶다”며 “미국 (팝 무대 진출) 여정의 마지막은 그래미라 생각한다”고 말했다.이번에 후보로 오른 ‘다이너마이트’는 방탄소년단이 지난 8월 발매한 첫 영어 곡으로, 밝고 경쾌하며 시적인 운율을 잘 살린 디스코 팝 장르의 싱글이다. 이 곡은 한국 대중음악 사상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올랐다. ‘다이너마이트’는 ‘핫 100’에서 통산 3주간 1위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발매 12주를 넘긴 최근까지도 차트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