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낮춰야 생존"…은행 '인력 재편'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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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중 판관비 비중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의 인력구조 개편 움직임이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비대면 금융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체질 개선’이 생존 과제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점포 없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카카오뱅크, 빅데이터를 무기로 금융 영역을 무너뜨리고 있는 네이버 등 빅테크와 맞서기 위해 디지털 인재 중심의 파격적인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는 각성도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銀 30%로 낮아지는데
시중銀 45~50%로 큰 부담
인력 축소·재배치 본격 나서
네이버 등 빅테크와 경쟁 위해
디지털·IT 인력은 대거 수혈
○“인건비 못 낮추면 미래 없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영업이익 경비율(CIR)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CIR은 영업이익에서 판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은행의 경영 효율성을 판단할 때 주로 사용한다. 은행에서 판관비의 50~70%는 인건비가 차지하고 있다. 인력 대비 얼마나 은행이 효율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인 셈이다.우리은행이 감원을 계획한 것도 이 비중이 다른 은행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지난 3분기 기준 CIR은 53.7%로, 신한은행(44.2%) 국민은행(48.6%) 하나은행(43.7%) 등에 비해 높다.
올해 흑자 전환한 카카오뱅크의 성장세도 위기감을 키운 요인이다. 아직은 이익 규모가 작아 CIR이 시중은행보다 높지만 조만간 30%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점포가 없기 때문에 인건비와 임차료 등 고정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며 “일반 은행도 CIR을 30~40% 수준으로 내리지 못하면 비대면 금융 영역에서 장기적인 경쟁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금융권 채용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채용 축소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은행 임원은 “신규 채용을 줄이는 게 가장 확실한 인원 감축 방안이지만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축소된 신규 채용 정원을 유지하는 정도가 ‘마지노선’일 것”이라고 했다. 올해 신한 국민 우리 하나 농협 기업 등 6대 은행에 새로 입사한 인원은 2000명가량으로 지난해(2779명)에 비해 30% 정도 줄었다.
○디지털 인재 채용 속도 내나
주요 은행들은 기존 금융업의 틀에서 벗어나 ‘정보기술(IT) 기업’으로 탈바꿈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 은행은 이미 기존 점포를 통폐합하고 거점 점포 중심으로 재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화상 상담 기능을 활용한 대면·비대면 융합형 서비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디지털 인재 중심 채용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은행들은 디지털 석·박사 특별전형을 신설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분야 이공계생들을 뽑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국민, 우리은행은 상반기 수시 채용으로만 각각 40명, 70명의 디지털·IT 인력을 보강했다. 신한은행은 삼성전자와 손잡고 IT 인재 특별 채용 전형을 마련했고, 하나은행은 아예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코딩 교육’에 나섰다.한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앞으로는 디지털·IT 인력이 더 이상 ‘전문 인력’으로 불리지 않게 될 것”이라며 “은행 직원 각 개인이 IT 회사 직원 같은 지식과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정소람/김대훈 기자 ram@hankyung.com